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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비정규직 해법은 ‘중규직’
정년 보장하되 임금은 정규직의 60~70%...“다른 대학 어떻게” 눈치 보기도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1년이 지나면서 각 대학들의 비정규직 해법이 드러나고 있다. 대학들은 기존에 고용된 비정규직에 대해선 ‘중규직’이나 ‘무기계약’ 형태로 전환할 방침이다. 법 시행 이후엔 비정규직을 채용하더라도 계약기간을 2년 이상 두지 않는 대학도 있었다.

대학들이 구상하고 있는 비정규직 해법은 ‘중규직’과 ‘무기계약’이다.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불리는 ‘중규직’은 정년은 보장하되 임금은 정규직의 60~70% 수준만 받는다. 노조가 단체교섭을 통해 얻은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받는 경우도 있다. ‘무기계약’은 계약 기간 자체를 아예 설정하지 않는다. 중규직이란 말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복지면에서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는 중규직도 있어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무기계약은 계약기간 자체가 없어 재계약할 필요성은 없어진 대신 처우는 비정규직과 차이가 없다.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법망을 피하기 위한 편법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비정규직관리효율화 태스크포스를 구성, 비정규직 대책을 논의해 온 고려대는 최근 부서장 발령 비정규직 250여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고려대 인력개발팀 관계자는 “총장 발령 직원 31명에 대해선 정규직화 했지만, 부서장 발령 직원 250명에 대해선 본부에서 세세하게 관여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비정규직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부서에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본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55세까지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에 있어서는 부서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다. 정년은 보장되지만, 임금은 정규직과 차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국민대도 실습조교 100여명에 대한 대책을 노조와 본부가 논의하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안은 역시 중규직이다. 고용은 45~50세까지 보장하되 임금은 정규직의 70%로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조가 단체교섭을 통해 얻은 임금인상이나 복지개선의 수혜는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건국대는 기존에 고용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정년은 보장되지만 처우는 비정규직 그대로다. 비정규직 법 시행 이후 채용된 직원에 대해선 계약기간을 2년 이내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동국대는 비정규직에 대해 중규직 전환과 신입채용 시 우대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 대학 노조관계자는 “비정규직 숫자가 30여명 정도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적다”며 “본부에서는 정년을 정규직과 같게 하되 급여 테이블을 다르게 적용하는 중규직이나 정규직 채용시 우대를 해주는 방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강대도 기존 2년 이상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 법 시행 이후인 작년 7월 이후 채용된 비정규직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대열 노조위원장은 “지금까지 계약기간 2년이 된 사람을 재계약하는 사례가 없었다”며 계약기간 2년 내에서 고용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중규직 전환이나 무기계약으로 대책을 마련한 대학은 빠른 편이다. 성균관대·이화여대·인하대 등은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거나 다른 대학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노조들도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내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인하대 관계자는 “아직 시행 2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면서 다른 대학들의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안 시행 이전에 이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 대학들은 홀가분하다. 한국외대·동덕여대·숭실대 등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급여와 처우면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조건이다.

한국외대는 2005년 단체교섭 당시 본부와 합의해 3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31명도 2006년 파업을 정리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박선영 지부장은 “처우면에서 정규직과 차이가 없는 완전한 정규직 전환”이라며 “향후에도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기로 학교측과 합의했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도 2004년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 지금까지 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1명만을 남겨 놓고 있다. 김동재 노조지부장은 “현재 남은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본부측이 자격증 등 정규직 요건만 갖추면 전환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숭실대도 2006년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해결방안을 도출해 내 1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은 대학 내 비정규직이 전체 직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노조위원장은 “대학이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하지만 사립대가 안고 있는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 정규직 노조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서울의 A대학은 올해 임단협에서 직원들에게 유아교육비를 7년간 매달 14만원(미취학 아동 1인당)씩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학 이사회에서는 7년간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과도한 복지’라며 노조에게 ‘2년 지원’으로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도 이 부분을 양보하면서 반대급부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조합원들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대학 노조위원장은 “정규직이 이 부분을 양보하면 비정규직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은데 (조합원들이) 양보할 생각을 안 한다”고 전했다. 정규직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비정규직의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8-07-21 오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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