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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건국60년’의 역사적 모순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올해가 ‘건국60년’이라고 한다. 현 정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념사업회를 조직하고 각종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건국60년’이란 근거와 논리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1948년에 국민주권의 민주공화국을 건국하였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여기에는 역사적 모순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언제 어떻게 수립되었는지, 국민주권과 민주공화제가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 정착되었는지 하는 문제만 검토해 보아도, ‘건국60년’이 얼마나 커다란 역사적 모순인가가 드러난다.

우리 역사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수립되었다. 1919년 3월 1일 독립을 선언한 직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였다. 상해에 모인 독립운동자들은 먼저 임시의정원을 구성하였다. 의정원은 국회와 같은 것이다. 그 첫 회의에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결정하고. 정부의 관제(官制)를 정하고, 각원을 선출하고, 헌법인 임시헌장을 제정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하였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말 그대로 ‘임시’로 세운 대한민국 정부이다. 영토·국민·주권을 갖출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임시정부는 헌장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 하여,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주권에 기초한 민주공화제로 수립되었고, 해방 때까지 정부의 조직을 유지 운영하면서 민주공화제를 정착 발전시켜 왔다.

1948년 8월 15일 또다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일제로부터 독립한 후 5.10총선거를 통해 국회를 구성하고, 제헌헌법을 제정하고,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정부를 수립한 것이다. 이승만은 1919년 9월 임시정부가 대통령제로 헌법을 개정하여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던 인물이었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를 재건하여 수립된 것이다. 제헌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을 수립한 근거를 “우리들 大韓國民은 己未三一運動으로 大韓民國을 建立하여 世界에 宣布한 偉大한 獨立精神을 繼承하여 이제 民主獨立國家를 再建함에 있어서”라고 밝혀 놓았다.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하였고, 그것을 계승하여 독립국가를 재건한다는 내용이다.

임시정부의 재건을 강조한 것은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은 1948년 5월 31일 임시의장으로 첫 국회를 개원하면서 “먼저 憲法을 制定하고 大韓獨立民主政府를 再建設하는 것”이라며, “이 國會에서 建設되는 政府는 卽己未年에 樹立된 民國의 臨時政府의 繼承에서 이날이 29년만에 民國의 復活日임으로 民國年號는 己未年에서 起算할 것이요”라고 하였다. 임시정부를 재건설, 부활하여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이었다.

연호도 임시정부에서 사용하던 ‘대한민국’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1948년 9월 1일 관보(官報) 제1호를 발행하면서 ‘대한민국30년 9월 1일’이라 한 것이다. 국가가 바뀌면 물론이고, 황제가 바뀌어도 연호는 달리 쓴다. 대한제국이란 같은 나라에서도 고종이 光武를 쓰다가 순종이 즉위하면서 隆熙라 한 것이 그 예다.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당사자들은 ‘건국’이라 하지 않았다. 제헌국회속기록 어디에도 ‘건국’이란 용어가 없다. 정부수립식장에 내건 현수막에도 “대한민국정부수립국민축하식”이라고 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1919년에 ‘임시’로 수립하였고, 이를 재건하여 1948년에 ‘정식’으로 수립한 것이다. 국호, 연호, 대통령, 그리고 정치이념도 똑같은 정부를 수립하였는데, 어찌 그것을 ‘건국’이라 부르려 하는가.
한국대학신문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8-07-28 오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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