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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유학의 환상과 허세
김동훈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외국 학위에 대한 프리미엄 사라져야
학문과 가치관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날 때
미국 유학생 10만명 시대, 더구나 그 중 1만여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미국 전역에서 고생하고 있고 덩달아 가족들이 생이별을 해야 하는 기러기가족이 일상화된 시대,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또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학문은 특히 고급이니 선진이니 하는 학문은 외래에서 들어와야 하는 박래품이었고 그 압도적 발신지는 미국이었다. 여전히 국내 신임교수의 절반은 외국대학 학위자이고 그 중 70% 이상은 미국대학 학위자이다. 의대 등을 제외하면 이 수치가 많이 올라갈 것이다. 미국대학의 세례를 받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종교적인 열정이 바로 미국 유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세계 1위라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조선의 의식 있는 사대부들이 어렸을 때부터 한문을 배우여 중화문화를 제 것으로 체화하기 위하여 수많은 연단을 거쳤음에도 결국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부닺쳐 많은 고민을 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박세가 같은 진보적인 지식인도 차라리 중국어를 우리말로 하자는 주장까지 하며 말과 글의 불일치에서 오는 근원적인 고통을 피력하고 있다. 미국학문, 그것은 근본적으로 그 뿌리를 유럽의 오랜 전통에 두고 있는 것인데, 이런 서양문명의 영향을 받고 그것에 능숙해지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임을 알고 파고들수록 또한 학문적 회의도 자신과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딜레마에 우리 지식인들은 또한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 민족 전체가 일종의 정신병에 걸리기 전에 그 근원적인 치료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것은 바로 학문을 죽이는 것이다. 이른바 선진학문의 통로인 유학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이다.

유학과 학위 등 그 결과물에 더 이상 커다란 가치나 특권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력서에 붙은 미국대학의 공부경력 등을 수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다. 유학을 해서 현재 뭐가 어떻다는 것이냐고 되묻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학사회가 깨어서 외국학위에 조롱을 당할 것이 아니라 이를 우습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외국학위가 별로 출세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사회로 확산되어 나가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외국대학 공부경력에 속지 말고 실속있는 인재선발에 눈을 떠야 한다.

그렇다고 나는 유학반대론자는 아니다. 유학은 우리가 뒤떨어진 분야에서 현지의 공부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필요한 만큼 하면 되는 것이고, 그 후에 실전에서 결과물로 나타내면 된다. 외국대학 유학자는 금박 입힌 유명대학의 학위증서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업적물을 내놓음으로써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사실 상당한 시설이나 자본이 투입되는 이공계의 일부분야를 제외하고는 굳이 외국유학이 필요한 학문분야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인문사회과학분야는 외국유학으로 인해 사고의 종속성을 가져오는 부작용이 더 크다. 나는 그래서 항상 유학(留學)이 아니라 유학(遊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정신병인 학문에 대한 맹목적인 숭상은 그 변종인 외국교육에 대한 숭배로 증세가 심화되고 있고 우리의 정신적 기반과 정체성을 허무는 정신적 사대주의의 근원이 되고 있다.

미국유학생 10만명! 이것은 우리사회의 정신분열증이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최근 서울대가 미국학위자의 학부출신 분석에서 1등을 놓쳤다며 큰 위기라도 오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웃지 못할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제 미국유학생 1위라는 것을 오명(汚名)으로 생각하고 이를 벗어야 한다. <뉴욕타임즈>까지 대서특필한 한국의 기러기가족이라는 희극도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학의 환상 무엇보다 외국학위의 권위가 부정되어야 한다. 수천년 문명의 변방에서 살아온 주변인의 의식을 버리고 스스로 중심인으로 서야한다.

정신적인 의존성의 심각함을 깨닫고 자기의 발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간절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지식인에게 부과된 사명이다.

/ 김동훈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7-28 오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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