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 강의평가 공개 '논란'
학생 “수강신청에 도움 긍정적”, 교수 “인기영합적 강의 우려”
총학 “강의 정보 공유가 목적, 데이터 쌓이면 신뢰 높아질 것”
국내 대학으로선 처음으로 서울대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강의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은 수강신청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긍정 평가한 반면, 교수들은 인기영합적 강좌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대 총학생회(회장 전창렬, 이하 총학)는 지난 6월 23일부터 강의평가시스템(www.snu-ev.com)을 가동해 학생들로부터 온라인 강의평가를 받았다. 지난 학기 본부 측에 강의평가결과의 공개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직접 나선 것이다. 총학은 지난 5월 교내 컴퓨터동아리에 강의평가시스템 개발을 의뢰했고, 학교측에서 실시해오던 강의평가항목 등을 참고해 15개의 객관식 평가항목과 1개의 주관식 항목을 만들었다.
평가항목은 △담당교수의 성실도 △해당분야의 지적능력 발전여부 △평가방식에 대한 공정성 △강의의 계획성과 체계성 △시험·과제의 적절성 등을 객관식으로 물었고, 주관식으로는 강의에 대한 소감이나 정보를 자유롭게 기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11학점 이상 강의평가에 응한 학생들에겐 다른 학생이 평가한 내용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1일 현재까지 강의평가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6000여명. 총학은 학생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서울대 포털 사이트(my.snu.ac.kr)에 51개의 우수강의를 공개했다. 일반교양 △핵심교양 △학문의 기초 △전공 수업 등 4개로 분류해 교수와 강사 구분 없이 점수가 높은 강의를 선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수강신청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영선(작곡과 1)씨는 “11학점 이상 평가에 참여해 다른 학생들의 평가내용도 볼 수 있었다”며
수강신청 할 때 ‘대학영어’의 경우 좋은 평가를 받은 우수강좌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황진연(재료공학부 1)씨도 “다른 학생들의 평가내용을 보면, 해당강좌 교수님이 어떤 자료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수강신청이나 수업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그동안 강좌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학생들로서는 요긴한 정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강의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평가 공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지리학과의 한 교수는 “강의를 평가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점 따기 좋은 과목이나 재밌는 과목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학생들도 이런 인기영합적 강좌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좌별 특성이 고려치 않는 획일적 평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사회학과의 한 교수는 “학생들의 기대와 교수들의 평가목표 사이에는 격차가 있기 마련이고, 학생들 중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이 있다”며 “강좌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획일적인 평가는 강의의 일면만 평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총학측은 “학생들의 평가내용을 살펴보면 학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평가한 내용들이 많다”며 “우수강좌로 선정된 강좌 중에는 학점을 박하게 주는 강좌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평가에 참여한 한 학생도 “우수강좌에 선정된 강좌 중 내가 수업 받은 강좌도 있었다”며 “그 강좌의 경우 학생 개개인의 수준을 파악해 세심하게 지도해 준 면이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서울대 재학생 1만6000여명 중 6000명이 참여한 강의평가 결과에 대표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박진혁 부총학생회장은 “학생 참여 수에서 일정부분 한계가 있는 것은 인정 한다”면서도 “평가보다는 강의에 관한 정보공유가 더 큰 목적이었고, 학기가 거듭될수록 데이터가 쌓여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학이 자체 평가했다는 점에 대해 ‘전문성 여부’를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총학은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학생 눈높이에서 강의를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며 “기존에 학교측이 실시해온 강의평가 항목도 많이 참고했고, 교수에 관한 평가 보다는 순수하게 정보제공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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