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대학자율화 2단계 1차 추진계획’을 보니, 무엇을 위한 자율화 정책인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내용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면 고등교육의 자율화라기보다는 시장화의 측면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교원인사 분야는 대학의 장이나 이사회의 권한이 대폭 강화돼, 교원들의 신분상의 불이익 등 침해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물론 긍정적인 제안도 눈에 띤다. 대학의 ‘전임강사’의 명칭을 ‘조교수’로 통합하거나 ‘준교수’로 변경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 ‘강사’라는 명칭 때문에, 전임교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오해는 물론 법적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은 바 있다. 학교의 부당한 재임용 탈락을 시정하고자 법원에 소를 제기했을 때, 한 지방법원의 판사가 ‘전임강사’를 ‘시간강사’로 오인해 그릇된 판결을 받기도 했다. 물론 상급심에서 바로잡혀 결국 승소하게 됐지만, 교수의 직위 상의 명칭으로 ‘전임강사’는 폐지하고, 조교수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교수’라는 명칭도 제안됐지만, 이것은 오히려 교수지위를 훼손할 수 있는 오해만 부풀리는 용어다.
말이 나온 김에 시간강사 문제도 제안하자. 교육부 안에 따르면 시간강사와 비정년트랙 교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정도만 제시되고 있다. 실질적인 법적 장치, 이를테면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인정하고, 법원에서도 위법이라고 판시된 ‘비정년트랙 교수’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다.
동시에 시간강사라는 용어대신 ‘연구교수’ 등 좀 더 존중받을 수 있는 명칭을 부여하거나, 정부가 연구역량이 뛰어난 시간강사를 채용해 국가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가연구교수’ 제도 등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비정규직 교수의 처우개선과 사기진작에 의미 있는 조치일 것이다.
다시 전임교원 문제로 돌아가자면, 특히 ‘교원임면 보고시 각종 서류제출’ 의무를 면하고, ‘간략하게 임명사항만을 보고’하라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일단 교원의 신규채용, 재임용 또는 면직에 따른 보고의무가 철폐됨에 따라, 대학과 이사회가 임의로 교원을 면직시키는 행태가 더욱 가중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대학교원의 신규채용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연구 및 교육역량과 무관하게 대학과 이사회가 임의로 자격 없는 교원을 채용할 수 있는 통로를 터 주었다. 교원의 부정임용 및 재임용 탈락을 둘러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망각하고, 교육부가 침해받고 있는 ‘교권’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학 및 재단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정책을 세웠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조교수, 부교수, 교수 등의 직명별 연구기간을 철폐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일인지도 알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학칙에 따라 ‘자의적으로’ 교수의 승진 문제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대학행정의 투명성과 학교법인의 도덕성 및 책임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 이번 ‘자율화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특히 교수의 신규채용에 있어 ‘근무기간을 계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교수의 연구자율성을 지속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 동시에 국립대학의 ‘교원인사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음은 대학민주화에 전면적으로 역행하는 발상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