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위기설’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현 정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리 경제는 선진국들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새 정부의 출범이라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었다.
경제 살리기라는 시대적 요청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취약한 내수를 살리고, 내수와 수출의 균형 있는 성장, 신성장동력 창출에 나서야 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내수의 취약성(양극화)이 심화되었고 내수와 수출과의 연관성과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취약한 내수구조를 개선하기 보다는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을 선택했다. 고환율 정책은 상반기의 글로벌 달러 약세 속에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이었다. 고환율 정책은 석유·원자재 가격의 폭등 속에서 물가 폭등을 부추겼고, 수출과 경상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상반기 수출 신장은 시장수요 확대에 의한 것이지 환율효과 때문은 아니었다.
특히 고환율 정책은 무엇보다 물가폭등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금리 인하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해외 금융경색의 여파로 투자 자본을 회수하던 외국인들의 자본 이탈을 부추김으로써 자본수지 적자를 크게 악화시켰다. 이어 고환율 정책은 외환보유고의 감소와 대외부채의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 하반기 접어들면서 선진국 경기 침체가 유로지역과 일본 등으로 확산되면서 달러가 강세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정부는 저환율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저환율 정책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하였지만 글로벌 추세와 역류하는 정책이었다. 결국 외환보유고를 크게 축내고 순채무국으로 전락시키면서 달러에 대한 초과수요를 구조화시켰다. 결국 외화유동성은 악화되었고, 여기에 70여억 달러에 달하는 9월 만기 채권이 ‘위기설’의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달러 강세와 주가 약세가 글로벌 현상이라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원화가치와 주가의 하락폭이 유독 크다는 점이다. 올 들어 세계 10대 외환보유국 가운데 유독 한국만 보유액이 줄어들었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주요 증시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내다판 곳이다. 이 차이가 정부의 정책실패를 반영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잘못을 인정치 않음으로써 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정부의 시장개입에 의한 환율 안정은 요원할 뿐이다. 오히려 외환보유고만 축내고 대외채무만 증가시켜 환율 안정의 효과를 보기 어렵고, ‘위기설’을 확대 재생산시킬 수 있다. 이전과 달리 외국인들이 주식을 매도한 후 재투자를 위해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 즉시 달러로 환전해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자본·외환 시장이 부분적으로 개방됐던 외환위기 이전과 다르다. 글로벌 시장에 완전히 편입된 상태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외환위기 당시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상황 변화를 이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딘 방법이라도 수급 요인부터 정비해야 한다. 달러 수급 안정의 장기대책이란 양극화 해소와 신 성장동력산업의 육성 등 경제체질을 개선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준 대책은 달러 수요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부추김으로써 위기의 조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