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대학이 뛰고 있다. 철저한 직업교육이 무기다. 하지만 토양이 부실하다. 4년제 대학에 비해 위상이 지나치게 낮다. 정부 지원은 턱없이 적다. 여기에다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전문대학의 현재 상황을 돌아보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본지는 <전문대학 성장엔진 필요하다>로 전문대학의 현실을 짚어본다. 그 첫 번째로 경쟁과 자율의 시대에 전문대학이 살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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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낮은 위상“차라리 전문대학을 없애는 게 낫겠다.”
어느 전문대학 교수의 자조적 발언이다. 학벌·학력 위주 사회에서 말 그대로 ‘찬밥’ 신세다. 전문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너무한 것 아니냐”고.
지난 3월 한양대 부총장에서 인덕대학에 부임한 윤달선 학장의 말이다. “전문대학 학장을 맡아 한 학기 동안 많은 것을 실감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1979년 전문대학 설립 당시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정책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30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도 지원이 예전 그대로라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윤 학장만의 의견이 아니다. 본지가 지난 4월 전문대학장 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무려 30명이 ‘4년제 대학에 비해 재정지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교수·연구하고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등교육법 제47조에 명시된 전문대학 설립 목적이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앞길은 깜깜하기만 하다.
‘학장’ 명칭부터 바꿔야낮은 위상은 전문대학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예가 ‘명칭’ 문제다. 4년제 대학과 산업대·교육대·방송통신대·사이버대 등 216개 고등교육 기관장은 ‘총장’이다. 147개 전문대학은 총장보다 한 단계 낮은 ‘학장’으로 불린다. 4년제 대학과 별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4년제 대학의 단과대학 취급을 받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4년제 대학과 2년제 단기대학 모두 동일한 ‘학장’이다. 중국 역시 ‘교장’으로 동일하다. 영국·호주·캐나다·미국은 ‘프레지던트’다. 유독 우리나라만 차별을 두었다.
규모가 작아서일까. 총장 명칭을 사용하는 대학 중 입학정원이 1000명 미만인 대학은 모두 80여개다. 하지만 전문대학은 37개에 불과하다.
김정길 전문대교육협의회장은 이를 두고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그동안 전문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는 “명칭 문제는 우리 전문대학장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명칭 변경에 전문대학 전체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 강조한다.
입학생 40%, 지원은 7%낮은 위상은 재정 지원에서도 드러난다. 전문대학은 지난 30년 동안 400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147개 전문대학 재학생은 90만 명에 달한다. 전체 학과는 5400여개다. 교직원은 22만 7000여명이다. 대학입학 정원은 전체 고등교육 규모 40%다.
하지만 지난해 고등교육 예산 편성은 불평등하다. 3조 5000억 중 돌아간 돈은 고작 2500억원뿐. 전체 7.1%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전문대학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국·공립 전문대학 숫자도 대폭 줄었다. 1980년에는 128개 전문대학 중 국립 20개·공립 16개였다. 지금은 147개 전문대학 중 국립 2개·공립 8개다. 전문대학의 93%가 사립대학인 셈이다.
재정은 적고, 사립 전문대학은 늘어났다.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러다 전문대학 다 죽겠다” 지난 2005년 158개 전문대 보직교수 500여명이 들고 일어났다. ‘전문대 교육혁신 결의대회’를 열어 전문대 홀대를 비난한 것. 그렇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
4년제 대학과 겨루려면위상은 낮고 재정은 적다. 그래도 전문대학은 노력했다. 85.2%. 지난해 전문대학 졸업자 취업률이다. 4년제 대학 취업률은 20%가 적은 68%였다.
위기에 처한 4년제 대학은 전문대학 영역까지 침범했다. 안경광학과, 관광학과, 애완동물학과 등 전문대학에서 성공한 학과를 베껴 학과를 개설했다. 하지만 별다른 제재조치를 받지 않는다. 전문대학이 손해 볼 수밖에 없다.
전문대학이 수업연한 자율화를 주장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학과에 따라 수업연한을 1~5년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4년제 대학과 대등한 위치에서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완화다.
최용섭 광주보건대학 기획실장은 “수업연한 자율화만 이루어진다면 4년제 대학과 경쟁해볼 만하다”고 자신한다. 2~3년제로 수업연한이 묶인 상태에서는 4년제 대학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려의 말도 나온다. 오대영 중앙일보 국제부장은 “재학생을 확보키 위해 대부분 학과의 수업기한을 연장시켜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 고등교육 전체 측면에선 ‘교육 낭비’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대학은 수업연한을 늘릴 필요가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엄격하게 평가한 후 진행한다면 무리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