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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립대 법인화 발상을 전환하라
김원식 충남대 교수회장(의과대학 교수)
지난달 5일 서울대 총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립대법인화가 갖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서울대의 독점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춤으로써 법인화의 혜택을 선점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발상이다.

정부는 법인화의 목적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자율성 확대에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들을 보면 하나 같이 오랜 역사와 세계적인 경제규모, 튼튼한 기초학문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서울대는 이 부분에서 아직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가기 위해 법인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인화로 가면서 엄청난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국가 고등교육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지방 국립대의 현실이다. 단순히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만 합친 금액을 비교해도 지방 국립대는 서울대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만약 서울대가 법인화 하여 스스로 수익사업을 벌인다면 격차는 더 심화될 것이다. 결국 서울과 지방의 괴리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재정적 부족분은 등록금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

서울대의 법인화 추진 선언은 도미노 현상을 불러 올 수 있다. 지방대학 총장들도 법인화에 따른 메리트를 얻기 위해서, 또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위해 결국 법인화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방 국립대의 학문기반으로 이어질 것이다.

건국 이래 국립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선도해 왔다. 각 지방에서 전 국민에게 골고루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사립대학들이 하기 어려운 기초학문·소외학문·인문학 등을 발전시켜 왔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그간 국공립대가 독과점적 지위를 누려왔다고 말한다. 무한경쟁 속에서 학생수급이나 연구비 수혜, 국고보조 등 많은 특혜를 누려왔기 때문에 법인화 반대를 ‘철밥통을 지키기’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2008년 기준)은 7.2%를 차자함에도 정부 부담 비율은 4.3%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OECD 평균(5.0%)보다도 낮다. 한국은 고등교육재정 대비 평균 공공재원율도 OECD(평균 75.4%) 최하위 수준(21%)이다.

공교육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민간부문에 떠넘기고 있는 정부가 대학 경쟁력 제고를 내세워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논리대로 법인화가 경쟁력을 갖게 한다면 우리나라 150개 사립대학의 현 성적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일본은 전국의 모든 대학을 법인화해 지난 4년간 재정지원을 퍼부었어도 연구 실적을 개선하거나 지방대학 낙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성공하지 못한 일본의 법인화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려 하지 말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의 경제규모나 국민 소득수준에 걸맞은 국립대 재정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8-09-10 오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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