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11만 명의 전 세계 BMW 직원 중 핵심 역할을 하는 300여명의 오퍼레이션 책임자(시니어 익스큐티브) 가운데 한 명이다. 임원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1998년부터 국내에서 벤츠를 누르고 BMW코리아를 자동차수입기업 1위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로 유명하다. 이 일 이후 BMW에서는 BMW코리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면서 ‘김 대표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 결과 BMW는 3년 전부터 벤츠를 누르고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100년 역사상 BMW가 벤츠를 꺾은 것이 바로 이 때로, 견인차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김 대표다.
“BMW코리아의 경쟁력은 시장에 시선을 두고 고객과 교감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를 만나 CEO의 요건에 대해 물었다.
- 스스로가 생각하는 성공 요인이 있다면
한국 신텍스에서 경리부 차장으로 입사, 대표이사까지 승진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입사 시절의 인사고과를 보게 됐다. 미국인 사장이 나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었다. ‘이 사람은 차기, 차차기 회장으로서 자질이 있다’는 거였는데,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가 ‘다방면으로 실무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난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경리부 차장으로 숫자를 주로 다뤘는데, 내가 다루는 숫자들이 영업을 통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시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내가 만든 재무재표가 어떤 전략에 활용되는지 항상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을 바탕으로 생각을 키우면서 많이 성장했다.
두 번째가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평가였다. 균형 잡힌 사고와 행동, 이것이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뛰어나다’였다. 문제를 직시하고 간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설명이었다. 이 세 가지가 나의 CEO로서의 자질 평가였는데 지금도 맞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을 토대로 많은 경험을 하고, 그러면서 균형 있게 회사를 끌어온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 생각한다.
- CEO가 되고 싶으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내 장래 희망은 CEO다’ 난 이런 거창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사는 게 다급한 문제였다.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어려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책 한권 사기 위해 점심을 굶었고, 버스비가 없어 열 정거장을 걸어가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중학생들 모아놓고 과외를 해서 그 돈으로 동생들 학비를 벌었다. 어찌 보면 우리 세대에겐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 땐 정말 절박했다.
더 열심히 일해서 봉급을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일해서 현재 단계를 넘어가고, 이러면서 단계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CEO까지 오게 됐다. 단계 별로 노력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 CEO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긴가
그것보다 한 차원 더 나아가야 한다. 기업 CEO는 어느 분야나 잘 할 수 있는 전공 한 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분야 전문가가 되고, 그 전문성을 시간이 지나면 다른 분야에 접목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CEO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CEO는 다양한 분야를 조화롭게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분야에서 관리만 하는 일반적인 매니저와는 다르다.
매니저는 기본적인 스킬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 누구나 열심히 라면 매니저는 될 수 있다. 하지만 CEO는 오늘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다. 미래를 본다는 뜻이다. 미래의 경쟁력을 위해 자기의 틀을 변화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미래를 본인만 소유하지 않고 주변에게 나눠주고 동화해 바꿔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훈련을 해야 CEO가 될 수 있다.

- BMW코리아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한국 시장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인재는 필요 없다.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으로 성장하려면 언어는 물론이거니와 기본적 소양이나 인간 본연 자세가 열려 있어야 한다. BMW코리아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생각은 물론 행동도 열려있어야 한다. 진취적, 모험적인 사람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개척자, 탐험가가 필요하다. 미지의 세계에 자신의 상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 기업들이 대학에서 실무교육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대학에서 배운 전공을 써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무가 이론보다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둘 다 하는 게 맞다. 그래도 대학에서 기본적인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은 나중에 배울 수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하면서 프리젠테이션 방법 등을 통해 기술을 다듬을 수 있다.
BMW코리아에서는 전국 대학의 자동차학과에서 인턴사원을 받는다. 구체적인 경험은 산학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기본적, 보편적 가치와 철학을 사회에 나가 구현할 수 있는 기본적 자질은 대학이 맡아야 한다.
- BMW코리아는 대학과 어떻게 산학협동을 하나
몇 가지가 있다. 대학의 자동차학과 졸업 예정자 중 인턴사원을 선발해 6개월 정도 교육하고 훈련을 시킨다. 대학은 학점을 인정하고 장학금을 준다. 6개월 과정이 끝나면 그 학생을 선발한다. 실질적인 회사 교육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2004년 5월 연세대에서 BMW유럽경영센터를 열어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 경제 및 경영 자료를 비치하고 독일의 교수를 초청해 다양한 학술 활동에 관한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학부생이나 MBA 학생들이 유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학생들이 본사에 방문해 토론도 하고, 학생들에게 특별한 프로젝트도 준다. 그 프로젝트의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연구를 진행한다. 자동차 학과나 디자인학과에 BMW를 기증하기도 한다.
-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피터 드러커 교수가 우리를 ‘30년 내에 전세계 이끌 리더십을 지닌 민족’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대학의 기본은 인재육성이다. 이에 맞춰 이제는 대학이 국제사회에 나설 인재, 세계인으로 제 역할을 할 사람들을 길러내야 한다. 반기문 총장 같은 분이 한 명이 아니라 50명, 100명, 200명이 나오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생각의 틀을 키우는 게 핵심이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가치를 대학생에게 던져줘야 한다.
‘등태산이소천하(登泰山而小天下)’라고 하지 않았나. 태산에 올라야 비로소 천하가 작은 것을 알게 되듯, 높은 곳에서 멀리 볼 수 있게, 원대한 꿈을 꿀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실천이 중요하다. 원대한 꿈이 있더라도 작은 꿈부터 이루도록 실천할 수 있는 실행력을 길러줘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대학의 숙제일 뿐 아니라 사회의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 김효준 대표는... |
1975년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CEO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CEO로 활동하면서 시간을 쪼개 1997년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2000년에는 연세대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07년에는 <지식이전의 흡수능력과 동기부여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한국국제경영학회 박사학위부문 우수논문상을 받으며 한양대 경영학 박사를 받아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1979년 하트포드화재보험 경리과장으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1986년에는 (주)한국신텍스 이사, 1994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른다. 이후 1995년 BMW코리아(주) 상무이사로 옮긴 뒤 1997~2000년 BMW코리아(주) 전무이사·부사장을 거쳐 2000년부터는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