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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성장엔진 필요하다](2)전문대학의 낮은 위상
단선형 고등교육체제, 복선형으로 바꿔야



“전문대학 나온 게 후회스럽다”


올해 모 전문대학을 졸업한 K씨의 말이다. 취업률이 4년제 대학보다 높다더니 그렇지도 않았다. 가고 싶은 곳에는 사실상 원서조차 내밀지 못했다. ‘전문대학 졸업자’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대학 졸업자’였다. K씨는 내년에 4년제 대학 편입을 할 예정이다.

전문대학의 낮은 위상이 고등교육 전체를 흔들고 있다. 대학입학 정원 40%를 차지하는 전문대학 홀대가 원인이다. 전문대학은 물론 4년제 대학이 함께 살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대학을 바라 보는 사회 시각도 문제로 꼽힌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고등교육 체제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 갈래로 나뉜 고등교육기관을 4년제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인력양성중심대학’,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인력양성중심대학’으로 이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총장’ 명칭, 전문대학의 자존심

전문대학의 낮은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기관장 명칭이다. 전체 고등교육 기관 405개 중 4년제 대학과 산업대·교육대·방송통신대·사이버대 등 고등교육 기관장은 ‘총장’이다. 그렇지만 전문대학은 ‘학장’으로 부른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이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김정길 회장은 “자존심 문제”라고 설명한다. 학장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문대학 전체의 위상이 달려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단순히 학장 명칭만 바꾼다고 전문대학의 위상이 올라갈까.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구동수 민주당 교육전문위원은 “한국사회가 전문대학을 4년제 대학과 고등학교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교육기관’ 쯤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인식은 차별과 편견을 부르고, 전문대학을 위축시킨다는 분석이다. 외국의 경우는 우리와 다르다. 영국·필란드는 ‘폴리테크닉’으로, 독일은 ‘팍혹슐레’ 등으로 불리며 당당한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4년제든 2년제든 기관장 명칭도 모두 ‘프레지던트’다.

전문대학의 낮은 위상은 임금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학력별 월급여액 통계를 보자. 고등학교 졸업자 월급여액을 100으로 볼 때 전문대학은 103.6에 불과했다. 반면 4년제 대학은 157.7이었다. 이런 격차는 학생들을 4년제 대학으로 내모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능력보다 학력을 중시하고, 간판을 보는 데서 나오는 문제다. 김춘중 영남이공대학 학장은 “취업할 때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문구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흔들리는 전문대학의 정체성

이런 인식 속에서 전문대학의 위기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많은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에 흡수 통합됐다. 4년제 대학이 무분별하게 전문대학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간호학과다. 구동수 민주당 전문위원은 “3년제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주요과목은 4년제 대학과 대동소이하다. 4년제 대학에서 좀 더 배우는 것이라고는 교양과목 정도”라면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차이가 없다보니 4년제 대학의 전문대 합병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한다.

1980년 128개 전문대학 중 국립은 20개·공립은 16개였다. 지금은 147개 전문대학 중 국립은 2개뿐이고, 공립은 8개에 불과하다. 전체 전문대학의 93.2%가 사립이다. 양한주 한국전문대학교육연구학회장은 이를 가리켜 “정부의 전문대학정책 부재를 입증해 주는 결과”라며 “고등단계 직업교육정책 부재, 전문대학 입학생에 대한 정책 부재로 이어져 전문대학의 위기 요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고등교육체제 기둥부터 고쳐야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대학은 “고등교육체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선형 학제구조를 복선형 구조로 바꾸는 문제가 시작이라는 뜻이다.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의 하급학제가 아닌, 동등한 입장의 고등교육기관으로 병립할 수 있는 기초로 보고 있다.

고등교육법은 고등교육기관을 (4년제)대학, 전문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방송·통신대학, 사이버대학, 각종학교와 기술대학으로 나눈다. 이러한 구분은 현재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재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은 ‘학문의 연구’가 주요 목적이다. 전문대학의 목적은 ‘전문직업인 양성(제47조)’이 핵심이다.

이렇듯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은 분명하게 구별되지만 나머지 고등교육기관은 목적이 모호하다. 산업현장에서 활동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자는 기술대학·산업대학·기능대학의 목적만 놓고 보면 이들은 오히려 전문대학에 더 가깝다.


독일처럼 이원화 체제로 개편해야

세분화된 고등교육 체제를 교통정리하자는 게 전문대학의 주장이다. 김호동 서울예술대학 교수는 “고등교육체계를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처럼 이원화 제도(복선형 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인력양성중심대학’과 ‘산업인력양성중심대학’으로 나누고, 그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연구인력양성중심대학은 4년제 대학 일부를 남기고, 산업인력양성중심대학에는 나머지 4년제 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 기술대학을 포함하자는 방안이다.

이 방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용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연구인력양성중심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게 되고, 대부분 대학이 산업인력양성중심대학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산업인력양성중심대학은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많은 대학들이 구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대학은 이런 방안이 오히려 경쟁의 시대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4년제 대학이 승승장구했던 것은 정부의 특혜 때문이라는 이유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면 전문직업인 양성은 전문대학이 한 수 위라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수업연한을 자율화하고 동일한 지원을 해준다면 경쟁해볼 만하다”고 외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원화를 진행하면 순수하게 연구인력양성중심대학으로 남을 4년제 대학이 얼마나 되겠냐”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역으로 말하면 우리 고등교육체제가 그동안 얼마나 그릇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4년제 대학의 본래 목적인 ‘연구’에서 벗어나 ‘직업교육’을 내세어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난은 여기에서 나온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8-09-12 오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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