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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위원장 “교육엔 효율보다 소중한 가치 있다”
기회평등 보장하면서도 수월성 강화 가능
로스쿨 정원은 ‘확대’로 공감대 이뤄질 것
18대 국회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등 여러 교육현안을 놓고 지난 17대 때보다 여야가 더 첨예하게 대립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야당(민주당) 의원으로 2년 동안 전반기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이끌게 된 김부겸 위원장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교육현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의견을 중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위원장이 자꾸 의견을 밝히는 것은 토론도 하기 전에 결론부터 짓는 것처럼 보인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3불 정책에 대해서도 토론을 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등의 소신을 조심스럽지만 거침없이 밝혔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22일 김 위원장을 만나 교과위 운영방안과 교육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 최근 홈페이지에 ‘공룡 사교육이 개천에서 나야할 용을 죽이는 건 막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적어도 기회의 평등만큼은 우리 교육이 반드시 보장해야 할 가치다. 그동안 수월성이라 하면 기회의 평등을 깨는 걸로 생각해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한 것은 조금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수월성에 대한 것도 충분히 논의하자. 그러나 수월성을 강조하다 기왕에 있었던 기회의 평등이라는 교육의 가치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 새 정부 들어 대학의 자율성을 대단히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하는 게 이미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대학에 자율권을 줄 것은 과감하게 주되 대학이 그렇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고등교육 전체에 대한 그림을 교과부가 그려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효율성만 강조하는 데 따른 함정은 우리가 분명히 경계를 해야 된다. 최근 미국 금융자본의 위기에서 보듯 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몇몇 공공의 가치가 있다. 교육에도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고, 그 부분은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본다.

- 한국 교육, 특히 고등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 동안 고등교육에 대해 기본적으로 무관심, 무책임했던 것 아닌가 싶다. 고등교육이야말로 콩을 뿌려야 콩이 나고 팥을 심어야 팥이 나는 분야다. 대학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투자하지 않고는 하루아침에 좋은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대학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이 없는데,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정부가 교육투자, 특히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대학 숫자가 너무 많다.

교육당국자들과 얘기해 보면 결국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운영이나 학사운영은 철저히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하나는, 아주 조심스러운 문제인데, 퇴출의 길을 열어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교육당국자들이 고민하고 있더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의원들과 논의해 볼 생각이다.

- 곧 국감이 시작되는데, 어떤 문제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 같나.

전체적으로 보면 등록금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정부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 보니 사실상 학부모 주머니 털어 대학을 운영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또 하나 심각한 게 시간강사 문제다. 많게는 교과과정의 50%를 감당하면서도 최소한의 자기 유지조차 안 된다. 사실상 착취다. 이래 놓고 어떻게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겠는가. 몇몇 선진국에서 꽤 정착된 등록금 후불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할 일은 아니다.

▷김부겸 위원장과 대담하고 있는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오른쪽)

- ‘3불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여입학제부터 말한다면, 대학이 먼저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부를 가진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려운 조건에 있더라도 본인의 잠재력이 있는 학생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우리 대학이 제공하겠다는 프로그램을 대학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이 대학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기여입학제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풀릴 것이라 본다. 거꾸로 기여입학제부터 먼저 이야기하니까 자꾸 오해가 생긴다. 나머지 3불 정책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속한 민주당의 입장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3불 정책에 대해 논의도 하지 말자는 것은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게 아니다. 3불정책에 대해서도 예단 없이 토론을 해 보자는 자세가 필요하다. 토론을 해 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대학에 원한다면 대학이 먼저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서울대가 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서울대는 현장에서 국정감사를 한다. 그분들 만나보면 법인화했을 때 실질적으로 다른 규제는 강화돼 있는데 투여할 수 있는 자원에 한계가 있으면 별 도리 없이 등록금만 오르는 악순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결국 국민이, 정부가 투자를 해야 한다. 대학은 기업이 아닌데, 투자를 하면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는 식으로 따지면 안 된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 세대의 의무다.


- 대학 사회에서 또 하나 쟁점 중 하나가 로스쿨 문제이다.

(총 입학정원을) 더 늘려야 되고, 변호사 합격자 수를 대한변협에 위임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 원래 이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 정원 40명의 로스쿨은 운영하기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아마 자연스럽게 해결책 내지는 공감대가 만들어질 거라 본다. 하지만 첫해도 시작하기 전에 지금 숫자 이야기를 한다면 한바탕 또 난리가 날 것이다.

-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위원장이 되고 난 뒤 대덕연구단지를 둘러보고 왔는데, 정치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정말 대단한 안목을 가진 지도자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민소득이 300달러 정도 되는 시절에,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과학기술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안목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 국부를 창출하고 있는 반도체니 전자니 하는 분야들이 대부분 그 무렵의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부처 통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금 과학기술 종사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다. 자긍심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특히 내년에는 통신위성을 우리 스스로 발사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담당 기관의 원장이 예산 확보하러 다니느라 바쁘더라. 이런 걸로 따지면 정말 정부가 미래 대한민국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 분야를 양성한다는 어떤 상징성이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은 대통령이 나서 줘야 한다. 누가 대신해서 할 일이 아니다.

-최근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민감한 문제인데, 두 가지다. 수정할 필요가 있는 부분들은 수정해야 한다. 단, 전 단계로 우선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 유능하고 능력이 있는 집권세력이 되려면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토론을 자꾸 붙임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교육이 김 위원장 어깨에 달렸다.

모든 어젠다가 숨김없이 공개된 토론의 장소에서 걸러지는 그런 작업이 국회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당사자를 불러놓고 자꾸 토론하는 장을 만들겠다. 그래서 약한 수준이라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교육당국에 넘겨 법제화하거나 제도화하고, 또 아닌 것은 계속 국회에서 토론을 해 나가다 보면 주의주장에 있어 자기들 목소리만 되풀이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이 조금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담=이인원 본지 회장 / 정리=권형진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김부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은…

1958년 경북 상주 출생. 16~18대 국회의원. 서울대 정치학과 입학 후 2번 제적됐다 복학 후 1987년 졸업. 1977년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 1978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실형 복역.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학생운동 지도부로 활동, 5·17계엄령 위반 구속. 1986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간사. 1991~94년 민주당 부대변인, 당무기획실 부실장. 1995년 민주당 4대 선거대책위 기획실장. 1996년 국민통합추진위원회(통추) 조직위 부위원장. 1998년 한나라당 군포시 지구당 위원장, 부대변인. 1999년 30~40대 신진개혁 정치인 그룹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공동대표.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2001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2002년 공적자금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2003년 국민참여통합신당(원내교섭단체) 소속 의원,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경기 군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의장 비서실장,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 수석부대표. 2006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상임비상대책위원.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통령 경선후보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 〃 정동영 대통령후보 경기도선거대책위원장. 2008년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

권형진 기자 (jinny@unn.net) | 입력 : 08-09-29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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