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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성장엔진 필요하다](6) 전문대학의 미래
수준높은 직업교육시스템 갖춰야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나겠다.”

전문대학 안팎에서 커지는 목소리다. 위기란 이야기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선 문제부터 점검해야 한다. 본지는 지난 5주 동안 ‘전문대학 성장엔진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문제를 진단했다.

위기를 부른 가장 큰 요인은 사회의 낮은 인식이다.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의 하부기관’이라는 생각이다. 대부분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대표적인 문제로 고등교육체제를 꼽을 수 있다. 전문대학이 주장하는 수업 연한 자율화는 고등교육체제를 바로잡는 방법이지만 정부는 대답이 없다.

불안정한 고등교육체제 틀 속에서 정부 재정 역시 한쪽으로 편중돼 있다. 전문대학은 전체 입학정원 43%를 수용하지만, 정부에서 받는 재정은 고작 7%뿐이다. 4년제 대학과 경쟁하는 환경에서 또 한 번 차별하는 셈이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지만 내실이 빈약한 대학도 문제다. 4년제 대학과의 차별을 불평하지만, 이렇다 할 행동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 결과가 ‘4년제 대학>전문대학’이라는 공식이다. 전문대학의 미래를 거론하려면 30년 동안 유지된 이런 문제들부터 깨야 한다.

대학이 국가 경쟁력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절실하다. 무엇보다 전문대학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고, 성장할 수 있는 엔진을 달아줘야 한다. 전문대학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도 도와야 한다.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전문대학의 미래는 암담하다.


■ '3무'가 부른 3가지 문제

물론 모든 문제가 정부 탓은 아니다. 고등교육체제가 불안정하더라도, 재정 지원이 적더라도 전문대학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우선 돌이켜 봐야 한다. <현장에서 건져 올린 전문대학 자기 혁신>을 펴낸 함봉수 수원과학대학 항공관광과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전문대학은 변화와 개혁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무대비·무대책·무책임이라는 ‘3무’를 지속했고, 3가지 문제를 발생시켰다. 첫째가 대학 입학생 부족에 따른 학생 확보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규모에 걸맞은 재정을 확보치 못한 문제이며, 세 번째는 고등교육에 대한 개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수년 내에 외국의 대학들과 경쟁해야 하는 문제다.”

전문대학의 문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부분이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문제는 꼬이고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학이 빨리 나서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내부적으로는 혁신을, 외부적으로는 뭉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직업교육 강화로 혁신 일궈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는 전문대학이 미래를 밝게 한다.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현장의 전문대학 교수들은 “직업교육이 답”이라고 말한다. 직업교육이야말로 전문대학의 설립 이유이기 때문이다.

주문식 교육으로 기업과 밀착, 직업교육을 강화한 영진전문대학이 좋은 사례다.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들을 데려와 실무 중심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품질 보증제’를 시행 중이다. 3000명이 넘는 산업계 종사자로 구성한 자문위원회도 운영한다.

이 같은 네트워킹은 4년제 대학이 벤치마킹해야 할 사례로도 꼽힌다. 결과는 높은 취업률로 나타난다. 2005~2007년 정규직 취업률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대학에 꼽혔다. 2008년 전체 취업률은 96.3%, 정규직 취업률은 92.3%나 된다.

몸집을 줄이고 특성화에 매진한 아주자동차대학도 좋은 사례다. 지난 2004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국내 유일의 자동차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한 학년을 520명으로 대폭 줄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디지털미디어·인터넷 보안 등 정보통신 관련 8개 학과를 과감하게 폐지했다. 대신 자동차디지털튜닝·하이브리드자동차·모터스포츠전공 등을 신설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정시모집에서는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수훈 학장은 “특성 없는 지방 전문대학이라 학생들이 찾질 않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특성화’였다”고 말한다. “개방화·세계화 바람이 부는데 우리 대학은 그동안 교과부의 안이한 정책 속에서, 온실 속에서 지냈다. 국내 대학뿐 아니라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주목할 만하다.


■ 평생교육, 전문대 미래 열쇠

전문대학이 성장하려면 체질 개선에서 끝나선 안 된다. 앞길까지 내다봐야 한다. 그래야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중장기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인력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연령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호동 서울예술대학 교수는 교육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했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시스템을 유연하게 개방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의 종점에 평생교육이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미미했다. 전체 교육예산(일반회계 37조원) 대비 2007년 0.02%, 2008년 0.03%였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평생교육이 전문대학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도 투입될 예정이다. 교과부는 지난 2일 평생교육 분야 예산을 2008년 대비 28% 증액한 123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명지전문대학, 백석대학 컨소시엄, 순천향대학교, 서강정보대학, 부산정보대학 등을 평생학습 중심 시범대학으로 선정해 2012년까지 총 3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평생학습 투자의 신호탄이다.


■ 직업교육 세계에 수출해야

“전문대학이 평생교육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귀 기울일 만하다. 김중대 전문대기획실장협의회장은 “대도시에 자리한 4년제 대학과 달리 전문대학은 중소도시에 하나씩 있다. 평생교육의 내용 역시 학문연구보다는 직업교육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면 전문대학들이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강조한다.

직업교육을 해외로 수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윤여송 인덕대학 교수는 아시아권 인력을 우리가 받아들여 교육하고, 역수출하자고 말한다.

“학문연구는 선진국에 못 미치지만, 직업교육은 그동안 노하우가 상당하다. 그렇다면 주변 인력을 역수입하는 일도 가능하다. ‘아시아권에서 직업교육을 배우려면 대한민국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전문대학이 죽어 버리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전문대학을 키워야 한다.”

전문대학의 장밋빛 미래는 고등교육체제가 정비되고, 균형 있는 재정 배분에 달려 있다. 아울러 전문대학이 혁신하고, 경쟁력을 갖출 때 가능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불평등 해소 안 되면 국가 미래 어둡다”
[인터뷰] 김정길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장


“지금 우리의 고등교육체제는 한 다리는 길고 한 다리는 짧은 기형적인 체제다. 두 다리가 모두 뻗어야 제대로 걸을 수 있다.”

김정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우선 전문대학에 대한 불평등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총리실·4년제 대학 부총장·독일 참사관 등 교육 분야에서만 40년을 일하며 쌓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독일에서는 직업교육 전문대학을 ‘팍혹슐레’라고 하는데, 석사학위까지 주고 있다. 모두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선진 국가 모두 연구와 직업교육으로 고등교육체제를 나누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에도 이렇게 해 줘야 한다.”

유럽의 직업교육기관은 이런 체제로 30년을 보냈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전문대학이 위기에 처한 우리 처치와는 너무나 다르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전문대학의 미래는 물론 국가 전체의 미래가 어두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모자란 나라는 인력자원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그 축의 하나를 이렇게 방치할 경우 국가 경쟁력에 큰 손상을 입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자율과 경쟁’을 기조로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는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을 집결하는 중추인 전문대협의회의 활동과 관련 “4년제 대학과의 차별을 없애는 '2010 마스터플랜'을 추진 중인데, 이 일이 끝나면 곧 2020 플랜을 발표하고 전문대학의 미래상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선 학, 석사과정 동시 운영도


독일은 고등단계 전문 직업교육기관으로 ‘고등전문학교(Fachhochsule)’를 운영한다. 수업연한은 4년이다. 후기 중등직업교육학교 수준의 기사학교를 고등교육기관으로 승격했으며, 공립기관이다.

핀란드의 전문대학은 ‘폴리테크닉(Polytechnic)’이라고 불린다. 250개 후기 단기 중등교육기관을 통폐합해 승격한 고등직업교육기관이며, 실무직업 분야 학사학위과정(3년 6개월~4년 소요)과 석사학위과정을 운영한다. 핀란드 정부는 청년층 약 70%를 폴리테크닉에 등록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타이완은 단기대학 졸업자를 위한 ‘기술대학(Institute of technology, University of technology)’을 운영한다. 2년제 과정과 고등학교 졸업자를 위한 4년제 과정을 병행하며, 석·박사과정까지 운영하면서 일반대학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사립대학의 비율이 80%로 높은 편이다.

- 자료출처 :  <주요국의 전문대학 교육개혁 동향 분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05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8-10-13 오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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