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폐쇄적·정체적 경영방식이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비생산성을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대학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기 등 국제환경이 급변하고 외국인 교수 및 학생 유치 등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학들에 더 높은 강도의 변화와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학들도 기업체처럼 경영컨설팅을 통해 관행의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대학 경영컨설팅 전문가들이 본 대학 경영의 문제점을 통해 우리 대학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 본다.
대학가에 부는 경영컨설팅 ‘바람’
최근 홍익대가 분주해졌다. 지난 7일 홍익대가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와 컨설팅 협약을 체결한 뒤 현재 대학 컨설턴트들이 컨설팅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대는 이번 경영컨설팅을 통해 대학행정을 선진 기업형으로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대학가에 경영컨설팅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 5월 전국 313개 사립대(2년제 포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 71개교 중 42개교가 ‘지난 5년간 컨설팅 도입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40개교는 ‘향후 3년 내 컨설팅 도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현재 대학 경영컨설팅사로는 삼성경제연구소(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사무생산성센터(가톨릭대·고려대·서강대·숙명여대), CQI컨설팅(서울산업대·충남대) 등이 대표적 국내 경영컨설팅사이며 외국계 기업으로는 맥킨지컨설팅(연세대), 액센츄어(홍익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이 있다.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컨설팅에 소요되는 통상비용은 행정부문 정원평가·교원업적평가제도 정립 같은 단독 테마는 3000만~5000만원, 직무분석·업무개선 같은 중형 테마는 7000만~9000만원, 경영진단·발전계획 같은 대형 테마는 1억 2000만~2억 5000만원 수준이다.
행정 조직의 전문성·효율성 시급
#1. 홍익대 특성화사업단의 대학 특성화 사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행정·경영 담당자 2명 중 1명은 본인의 직무능력에 대해 보통 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학 행정·경영 담당자의 59%는 최근 3년 사이 대학 행정·경영에 관한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경영컨설팅 전문가들이 대학 경영의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이 비전문성과 비효율성이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학 운영에 있어 행정전문가들이 별로 없다. 보직교수들의 임기는 짧고 직원들의 직무 전문성도 제대로 계발되지 못한다”면서 “행정이나 학교 운영 매커니즘에 있어서 낭비적 요소가 많고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예산운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특히 국내 대학들이 대부분 재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현실에서 예산운영의 비전문성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대목이란 게 컨설팅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 연구위원은 “예산 운영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대학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족한 재원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며 “외국 대학처럼 재정이나 기금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영컨설팅을 통해 기업 경영의 혁신 기법인 ‘6시그마’를 도입한 성균관대는 비효율적인 대학 행정을 혁신적으로 개혁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리더십 부재도 큰 문제
#2. 한 수도권 대학에서 경영컨설팅 결과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경영학과 신설이 결정됐다. 그러나 준비와 학내 합의 미흡으로 대학 구성원들 간에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이 같은 문제는 학내 위원회 및 태스크포스를 통해 극복될 수 있었으나 성공적 컨설팅 도입을 위해 학내 공조 의지와 컨설팅 지원 역량 확보가 선결과제라는 자기반성이 이뤄졌다. (사학진흥재단 ‘대학경영 선진화를 위한 경영컨설팅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 중 발췌)
대학 경영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또 하나는 리더십 부재다. 특히 대학 경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총장의 임기가 제한적이다 보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고 경영컨설팅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경영컨설턴트는 “최근 들어 대학 구성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은 부족한 상태”라며 “총장이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학 변화에 필요한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면 충분한 리더십과 임기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장을 비롯한 대학의 리더십 부재는 경영컨설팅에서도 걸림돌이 된다. 경영컨설팅 실행을 위한 강력한 추진동력이 없을 경우 학내 반발에 부딪히거나 컨설팅이 자동 도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준일 사무생산성센터 수석 컨설턴트는 “추진력이 미흡해 (컨설팅) 보고서가 서류함으로 직행한다면 컨설팅 효과는 없어진다”면서 “학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강도 있는 변화 드라이브를 창출하는 일 등은 대학의 경영자에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과감한 의사결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대학 특유 문화가 오히려 ‘독’
대학 특유의 문화가 때로는 대학 경영에 있어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직급관계와 상하관계가 분명한 기업체나 정부단체에 비해 대학의 조직문화는 수평적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 교수사회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점 등에서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게 경영컨설턴트들의 진단이다.
송인택 CQI 대표는 “교수들의 경우 직급상으로는 조교수·부교수·정교수가 있지만 사실은 다 교수라고 볼 수 있다”면서 “대학은 이처럼 수평구조이기 때문에 변화해 가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송 대표는 “학생은 교육수요자, 교수는 교육공급자가 돼야 하는데 학생을 고객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 또는 심화돼 있지 못하다”며 “대학의 경우 반대하는 5%의 목소리가 굉장히 커 (컨설팅 진행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런 것들을 잘 조절해야 컨설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