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들이 특성화 분야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자체 역량’과 ‘사회적 수요’다. 여기에 대학의 ‘투자’와 ‘차별화’가 더해져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특성화시킨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순천향대의 의료과학대학 특성화는 이 네 가지 요소를 두루 갖췄다.
순천향대는 병원을 모태로 출발한 대학이다. 1974년 서울 용산 한남동에 순천향병원이 개원하면서 대학의 역사가 시작됐다. 병원의 의료인력 수급을 위해 의과대학으로 출발, 1990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순천향병원이 개원한 1974년만 해도 국내에는 종합병원이 드물던 시절이었다. 순천향병원은 개원 직후 보건사회부로부터 전문의 양성 수련병원으로 지정받는 등 국내 병원의 현대화를 선도해왔다. 병원과 의과대학을 기반으로 30년간 발전해 왔기 때문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의료과학을 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공용해 의료과학대학장은 “순천향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가장 잘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에 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순천향병원의 35년 역사와 의과대학으로 출발한 대학의 기원을 고려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의료과학 특성화를 택했다는 얘기다.
38년간 이어 온 순천향병원의 역사는 순천향대가 가진 자체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울·부천·천안·구미의 대형 부속병원은 특성화 전략의 성공을 가늠할 핵심 인프라다. 의료과학대학은 △의료생명공학과 △의료IT공학과 △보건행정경영학과 △임상병리학과 등 4개 학과에 기존 의과대학에 속해 있던 △의예과를 포함시켜 지난해 초 문을 열었다. 올해 초에는 △작업치료학과도 신설했다.
의예과를 포함시킨 이유는 의료과학대학에 설치된 학과들은 대부분 기초의학 수업과 병원 실습이 필요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의대 교수들에게 직접 기초의학을 배우고, 4개 부속 대형병원에서 실험실습을 하고 있다. 김혜자 학사지원팀장은 “의료과학대학에는 직접 환자를 대면하면서 실습을 해야 하는 학과들이 많기 때문에 부속병원에서 이뤄지는 실습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량’과 ‘인프라’ 라는 기본 바탕 위에 학교측의 과감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순천향대는 의료과학대학 설립 이후 3년간 총 15억원을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올 2월엔 지하 1층, 지상 6층에 연면적 8930m² 규모의 의료과학대학 전용교육관을 신축했다. 동일계열학과 기준면적을 130% 충족하는 규모다. 여기에 전담 행정조직을 신설, 의료과학 특성화에 대한 학교측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자체역량과 인프라, 재정적 투자가 이뤄진 뒤에도 사회적 수요가 담보되지 않으면 특성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보건의료산업은 향후 가속화될 고령화로 주목받고 있는 산업분야다. 사회적 수요의 증가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공용해 학장은 “의료과학 특성화는 향후 선진화·고령화·전문화 되고 있는 의료시장의 변화에 대비하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과학대학에 설치된 학과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의료시장의 수요와 밀접하게 설정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건행정경영학과는 늘어나는 보건의료 수요를 감당할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건행정 공무원부터 일반병원 행정사, 의료분야 창업까지 진출 분야가 다양하다.
의료생명공학과는 의료·생명분야의 기초 이론을 공부하기 때문에 향후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의학과 공학, 정보기술의 융합학문을 배우는 의료IT공학과도 높은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분야다. 의료공학분야에선 질병의 발견·진단·치료·분석을 위해 사용되는 첨단 의료기기 관련 학문을, 의료정보학 분야에서는 첨단 의료기기의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운영 시스템을 공부한다.
2008학년도 정시부터 신입생을 선발한 작업치료학과도 향후 ‘고령화’ 추세에 따라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다. 작업치료는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독립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분야다. 임상병리학과와 작업치료학과는 1,2학년 때 아산캠퍼스에서 학부기초 수업을 받고, 3~4학년 때 부속병원에서 이론과 실습과목을 익힌다.
의료과학대학 특성화는 그간 양적인 측면에서 진행된 취업률 향상노력이 질적인 측면으로 전환되는 의미도 갖는다. 보건행정경영학과는 국가면허인 의무기록사, 병원행정사 등의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며, 의료IT공학과는 국가공인 자격인 의공기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보건계열에선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 등 국가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순천향대는 오는 2020년까지 5개 학문분야에서 국내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종합발전계획 ‘유니토피아 2020’을 세워놓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세에 비춰보면 이는 구호성 목표가 아니다. 순천향대는 올해 중앙일보평가에서 2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2위에 비해 무려 8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학교 차원에서 교수 연구실적 제고를 독려한 게 주효했다. 또 교과부로부터 공공부문 인재개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교육력도 인정받고 있다.
“미래 의료시장 변화 예측한 특성화”
[인터뷰] 공용해 의료과학대학장

“의료시장이 선진화·고령화·전문화 되고 있다. 순천향대의 의료과학대학은 앞으로의 의료시장 변화에 대처하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설립됐다.”
공용해 의료과학대학장은 순천향대의 의료과학 특성화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향후 재편될 의료시장의 변화를 먼저 읽고 대처하고 있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특성화 분야를 선택할 때부터, 막강한 병원 인프라를 가진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많이 고민했다. 의료 산업분야를 융합한 학문을 가르치고 향후 시장 수요에 맞는 인재를 먼저 길러 변화된 의료시장을 선점하겠다.”
순천향대 의료과학대학은 지난해 초 의료생명공학·보건행정 등 4개 학과에 의예과를 편입시켜 문을 열었다. 의료산업의 융합화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고령화·선진화 되는 의료시장의 추세를 반영해 학과설치와 커리큘럼이 개발됐다.
“의료과학대학은 의료생명공학·의료IT공학·보건행정경영학·임상병리학과 등 4개 학과에 의예과를 포함시켰다. 소속 학과들은 모두 향후 의료시장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이 분야의 전문 인력을 개발하면 변화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올해 초에는 작업치료학과도 신설했는데 이 또한 심리·음악 치료 등이 확대될 의료 시장 변화를 예측한 결과다.”
순천향대 의료과학대학은 순천향병원으로 시작된 의료분야 역량과 인프라를 토대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측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 되고 있어 학장으로서 일할 의욕이 절로 생긴다고 말한다.
“3년간 총 15억원을 별도 지원받고 있다. 필요한 실험실습 시설·기자재를 갖추기 위해 단과대별로 공통 지원되는 것에 더해 추가적으로 지원받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과학대학은 최첨단 시설과 기자재를 갖추는 등 교육여건도 최고수준에 올라있다.”
공 학장은 의료분야의 노하우와 학교측의 전폭적 지원, 그리고 4개 부속 병원과 연계된 실험실습교육 등 강점을 내세우며 향후 2~3년 뒤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단과대가 설립됐기 때문에 최고 학년이 2학년이다. 이들은 학교 측에서 운영하는 수월성 프로그램에도 의료과학대학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의료분야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철저한 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 학생들이 졸업하는 2~3년 뒤가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