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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수익 중심 '하버드 모델' 바람직
대학 운영, 등록금 의존도 20%선, 한국은 70% 육박
재정확충, 정부지원과 기업·동문 기부금 의존에는 한계

세계는 현재 금융위기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물가는 뛰고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세계 기업들과 소비자들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 재정은 더욱 곤란한 상태에 내던져지게 됐다. 최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가 각 연구지원 재단들의 재정상황이 곤궁해지면서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대학은 어려운 가계, 긴축하는 정부, 위축된 각종 연구지원재단·기업·동문들에게 의지하는 것이 더 이상은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학은 재정구조가 탄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더 한층 명확해졌다. 탄탄한 재정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의존성에서 벗어난 다각화 전략이 필수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에 한층 더 귀기울여지는 이유다. 영국 옥스브리지는 하버드의 기부금 따라잡기를 최근 적극화하고 있다. 우리는 하버드의 재정 선순환구조 따라잡기에 적극 나서야할 때다.

■ 美 하버드대, 운영 수입 37%가 투자수입 ... 등록금·연구지원금 각각 20% 수준에 불과 

 

1636년 개교한 미국 하버드대는 37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대학 평가에서 단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대학. 이 대학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데는 하버드의 안정적인 재정운영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하버드대 회계 보고서를 살펴보면 운영수입은 32억 1050만달러(약 4조 1704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등록금 수입은 6억 5760만달러. 그러나 전체 수입의 20.5%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연구지원금은 6억 4190만달러로 이 중 정부 지원금은 80%인 5억 1480만달러다. 정부를 제외한 각종 재단 등으로부터 받은 연구지원비는 1억 2720만달러로 이같은 정부 및 비정부 관련 연구지원비 역시 전체 수입의 20.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각종 기부금은 2억 1400만달러로 운영 수입의 6.7% 수준.

하버드의 경우 전체 운영 수입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름아닌 투자수입이다. 자체적으로 투자 관리 회사를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이를 통한 운영 수입 충당 비중은 가장 크다. 지난해 투자수입은 12억 달러, 운영 수입의 37.4%에 달한다. 기타수입이 4억 8860만달러로 운영 수입의 15.2%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하버드는 지난해 전체 운영 수입이 대략 등록금 21%, 연구지원비 20%, 기부금 7%, 투자수입 37%, 기타수입 15%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06년 결산을 봐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06년의 경우 운영수입은 29억 9960만 달러, 이 중 등록금 6억 1610만 달러, 연구지원금 6억 2640만 달러, 기부금 2억 190만 달러, 투자수입 11억 달러, 기타수입 4억 5390만 달러로 각각 21%, 21%, 7%, 36%, 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등록금이나 정부지원금은 모두 해봐야 40%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투자수입이 36~37%로 등록금과 정부지원금을 합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대학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정부나 각종 연구재단, 기업 등에 막연한 의존성을 갖고 손을 벌리는 우리 대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정부의 대학 지원이 현재보다 증가해야 하는 것은 분명 맞는 말이지만 대학의 의존성 짙은 재정운영은 한계가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 英 옥스퍼드·케임브리지, 투자기관·발전기금 관리조직 개편 ... “풍부한 자금력으로 하버드 따라잡자”


9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옥스퍼드가 세계 대학 평가에서 매번 미국의 하버드에 밀리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다. 케임브리지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학으로서는 하버드에 이어 매번 2~3인자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골몰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하버드의 재정운영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앞서 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 인프라 투자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자금이 가장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연구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뛰어난 연구자 · 우수한 연구자원 등의 확보는 모두 자금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의 재정은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하버드대의 누적 기부금 규모는 현재 255억 달러에 이른다. 옥스퍼드는 47억 달러, 케임브리지는 그 보다 다소 많은 54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옥스퍼드 존 후드 총장은 대학 재정이사에 유명한 무역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는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다. 기부금 수준을 대폭 확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은 하버드를 따라잡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투자회사를 두고 투자책임자를 영입해 고수익 투자를 적극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옥스퍼드는 이를 위해 발전기금과 기부금 관리 조직을 개편하고 투자기관과 이를 운영하기 위한 이사회를 설치했다. 옥스퍼드는 지난 5월 28일 12억 5000만 파운드(약 2조 8000억원)의 기금 모금 캠페인 발대식을 가졌다. 옥스퍼드대의 이번 기금 모금 규모는 케임브리지 모금 캠페인의 규모 보다 2억 5000만 파운드가 더 많은 것으로 유럽 대학 중 가장 큰 규모의 모금 캠페인이다. 옥스퍼드는 이미 이 가운데 5억 7500만 파운드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런던 금융가의 졸업생들이 기부금 모금의 주요 타깃 중 하나였지만 최근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곤란한 상황이 되고 있다.

옥스퍼드 빌 맥밀런 기획부총장은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정의 안정과 독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금융위기에도 대학의 취약한 재정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당수도 이 대학의 캠페인에 참여해 기부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도 개교 800주년을 맞게 되는 내년까지 기부금 10억 파운드(약 2조 2500억원) 모금을 목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문들의 기부문화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우선 목표. 케임브리지 모금 캠페인의 총책임자는 예일대 재정담당관을 지낸 앨리슨 리처드 부총장이 맡았다.

■ 하버드의 선순환구조로 단계적 전환 필요 ... 학교법인 불신 완화 ‘규모의 경제’로 운용 전문화 이뤄져야

우리 대학들과 미국 하버드대간 명백한 차이는 재정 운영 구조의 차이에서 출발된다. 우리 의 경우 대학을 설립한 재단의 회계인 법인회계와 학교 자체 회계인 교비회계가 명확하게 분리돼 있고 법인회계에서 수익용기본재산을 통한 수익발생시 교비회계로 매년 80%를 전입하게 돼 있다. 법인은 그만큼 투자운용 여력이 줄어들어 수익발생이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하버드대는 대학회계와 법인회계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대학 총장이 전적으로 모든 자산 운용상의 책임을 지고 있다. 누적 적립금의 투자수익이 발생하면 대학이 필요한 만큼을 수입으로 넘기고 남은 투자수익을 새로 받은 기부금과 합해 다시 투자운용하면서 자산을 키워낸다. 하버드대가 이같은 선순환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학교법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두텁고 학교법인 역시 대학의 발전을 위해 책임있는 자산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등교육기관의 재정분석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 한국사학진흥재단 사업전략팀 길용수 팀장은 “우리 대학의 악순환구조를 선순환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는 학교법인이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이들 법인이 책임있게 이를 운용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 대학들은 “적립금 쌓기에만 바쁘다”는 사회적 불신의 늪에 빠져있다. 이같은 불신의 문제를 사회의 탓으로만 혹은 일부 회계부정을 저지른 대학이나 법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대학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태롭다. 대학과 법인은 책임있는 자세로 가능한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학의 연구와 교육 인프라를 강화할 원천을 마련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약속한다면 대학과 법인에 운용 자율성을 과감히 부여하는 사회적 용기도 필요할 것이라고 재정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표> 국내 대학의 재정 수입 구조 (단위:%)

구분등록금국고보조금기부금전입금기타
2007 예산69.91.13.17.818.1
2006 결산68.91.22.96.420.4

윤지은 국장 기자 (alice@unn.net) | 입력 : 08-10-20 오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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