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교육정책

목록
프린트 스크랩
윤용로 기업은행장 “세상 변화에 적응할 능력 키워라”


IBK 기업은행은 지난 1961년 정부가 중소기업들을 돕고자 만든 국책은행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렇지만 지금은 민영화를 앞두고 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이라는 본연 업무는 물론, 시중 은행들과도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 윤 은행장은 지난해 12월 부임하여 기업은행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성공한 관료 출신 CEO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책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TV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개인고객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미국발 금융사태와 함께 국내 시장까지 흔들리는 지금, 우리 은행의 갈 길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물었다.


미국 금융위기 때문에 금융가가 혼란스럽다.


경제학자인 찰스 킨들버거가 세계 금융 역사를 분석해 보니, 1600년부터 금융투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됐다고 한다. 네덜란드 튤립 투기부터 4~500년 동안 돌아본 결과다. 그리고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역시 10년을 주기로 찾아온다고 한다. 금융 자율화?선진화가 시작된 1980년대부터 각종 금융기법이 발전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해졌다. 사실 미국 리먼 브라더스의 모델 자체가 잘못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파생상품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다. 욕심이 금융위기를 불렀다. 과도하게 몸집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탐욕이 문제라고 했는데, 은행의 올바른 길은.

지난 2001년 미국 콜롬비아대 연수 시절 <은행의 미래>라는 책을 읽었다. 로이터 통신에서 전 세계 은행전문가 18명과 인터뷰한 책이다. 은행장·감독당국·경영학자·IT 전문가를 만나 주제별로 정리한 책이다. 책의 결론은 ‘은행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도 잘 모른다’였다. 인류사회의 미래가 이렇다. 앞을 알 수가 없다. 다만 소비자들이 더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원할 것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은행만이 성공한다. 고객이 답이다. 그래서 오자마자 직원들에게 강조한 캐치프페이즈도 ‘오직 고객을!(Only Customer)’이었다. 시세이도 화장품이 일본을 석권하고 1980년대 파리로 진출할 때 후쿠하라 회장은 “우리는 익숙했던 섬에서 떠나 미지의 대륙으로 간다. 항해를 시작했는데 지도가 없다. 우리는 별을 보고 가야 한다. 그 별은 바로 우리의 고객이다”라고 했다. 이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해 준다.


은행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위험은 영업점을 찾아오는 고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은행 점포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체 업무의 13%밖에 안 된다. 7년 전인 2001년에는 50%였다. 이제 인터넷 뱅킹·텔레뱅킹이 전체 45%를 차지하게 된다. 40%는 CD와 ATM이 차지할 거다. 그럼 점포를 없애야 하는가. 우리나라 은행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현재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도)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점포로 돌아올 것인가. 지금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익숙하기 때문에 미래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점포로 돌아올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나약해지면)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직접 서비스 받는 걸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은행의 앞길을 생각하고 전략을 세울 때 인구학적인 고민, 그리고 이를 유지할 철학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CEO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기업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현재 사회는 너무 유동적이다. 어떤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사회 변화를 읽기 위해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요즘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합병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을 하고 있다. CEO라고 해서 남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의식’ 아니겠나.그리고 CEO는 예전과 똑같이 해선 안 된다. 바꾸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것들을 무작정 없애자는 게 아니다. 더 좋게 바꾸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윤용로’라는 이름이 들어가면서 기업은행에 ‘플러스알파’를 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고민한다. 그래야 기업이 더 발전하지 않겠나.


기업은행의 CEO로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기업은행이야말로 제 본분을 다하는 은행이라 생각한다. 다른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80%가 중소기업 대출이다. 일반 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상당히 어렵다. 직접 가서 사업하는 것을 보고 돈을 빌려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기업을 이끄는 사람은 그만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도 기업은행만은 제대로 잘 키워야 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관한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 고민도 많아진다. 당연히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어떤 방법으로 기업은행을 키우고, 민영화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CEO로서 책임이 막중하다.




관료로 오래 계셨다. 성공 비결이 있다면.

공무원 생활을 29년 8개월 했다. 특히 재무부 들어갈 때는 한국외대 출신이 많지 않았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경제계로 들어온 것을 다들 특이하게 여겼다. 그래서 전문성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미국 MBA 들어가는 사람들 잘 살펴보면 인문학 하던 사람, 법대 나온 사람, 상대 나온 사람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영어학과 졸업자는 외무고시 보고 외교부 가는 게 대세였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선배도 없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어서 고생 많이 했다. 어려운 환경이어서 더 성실해야 했다. 그리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더 많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과 일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달랐던 것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방면으로 배운 게 도움이 됐다는 이야긴가.

다방면에서 공부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사실 기업은행 신입직원들 보면 ‘전문성’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처럼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전공은 MBA에서 다시 공부해야 전문성이 있다고나 할까. 오히려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전공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다. 학부 때부터 법·경제보다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한다. 돌이켜보니 고등학교 때까지가 인생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때가 아닌가. 그렇다면 대학에 들어가서는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소양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주입식 교육의 그늘에서 하지 못했던 어학을 좀 더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외국서적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많이 잊어버리지만 어학은 평생 남는다. 그리고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정쩡하게 다른 공부한다고 시간낭비하지 말고 영어나 다른 외국어 하나를 철저히 해 두는 게 좋다.


대학총장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요즘은 대학이 내실을 중요시한다. 어렵고 복잡한 사회가 됐다. 현실감각이 중요한 때다. 지금 졸업하는 학생들은 20개 직업을 가져야 한다. 당신의 자녀들에게 단정적으로 ‘이걸 해라!’ 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못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기본을 갖추면 충분히 적응하고 나아갈 수 있다. 근본에 액센트를 줘야 한다. 근본은 기초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일 것이다. 대학에서 2년 동안 배우는 교양 공부를 더 강조하고 싶다. 솔직히 대학 나온 친구들 인터뷰해보면 대부분 기술은 거기서 거기다. 누가 굳은 심지를 가지고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과 가치를 알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더라. 중·고등학교 때 그런 걸 못 배우니 대학에서 해줘야 하지 않겠나. 지속적으로 학문을 탐구할 사람은 석·박사 따야 하지만 직장에 들어가려면 전문직·사무직 하면 된다. 그리고 정말 전공 공부하려면 전문대학원에서 다시 배우고 들어가야 한다. 이러려면 유연해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수능 공부에 열 올리고, 대학 시절에는 취직하려고 공부하다보니 사회가 삭막해지고 있다. 대학 총장들은 이런 것들을 고치려 노력해야 한다.

윤용로 은행장은...

1978년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1987년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이듬해부터 정통 경제관료로 일해 왔다. 1978~1993년까지 재무부에서, 1993~1996년까지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일했다. 1996년부터 재정경제원 소비세제과장·관세협력과장·외화자금과장·은행제도 과장, 2002년에는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으로 지냈다. 금융감독정책 2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했고, 2007년 12월부터 IBK 기업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금융개혁>과 <자산유동화>가 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8-10-24 오후 5:36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