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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 대학에 약인가? 독인가?
지금 대학가에는 경영컨설팅 바람이 불고 있다. 외부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무한경쟁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영컨설팅이란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경영컨설팅을 통해 조직 내 변화를 추구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컨설팅이 대학에 득만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경영컨설팅은 기업식 성과 및 경쟁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에 적용되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수천만 원 또는 억대의 경영컨설팅 결과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경영컨설팅 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 이면은 결코 장밋빛 청사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컨설팅, 자극제 역할 톡톡

#1. 가톨릭대 직원들은 이번 학기부터 예전보다 더욱 분주해졌다. 경영컨설팅을 통해 부서별로 성과관리지표가 배정됐기 때문. 가톨릭대 관계자는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학내 행정부문의 변혁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경영정책이 필요해 2006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외부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컨설팅을 통해) 목표와 지표를 통한 전략적 행정 업무 추진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경영컨설팅을 도입한 후 이는 대학들에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경영컨설팅을 통해 폐쇄적이고 정체적으로 평가되던 대학 조직문화가 개방적·경쟁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준일 사무생산성센터 수석컨설턴트는 “대학들은 경영조직체로서의 유효성 측면에서 볼 때 공통적인 한계를 갖고 있고 재정·교육·운영·행정·인사·경영 측면에서 동시에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성과를 단기간 내에 대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대학 내부의 완만한 변화 진행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컨설팅을 통한 ‘자극’과 ‘추진력 확장’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식 경영컨설팅의 한계

#2. A대학 홍보팀 직원들은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포털사이트의 대학교 검색 순위를 확인하는 일이다. 경영컨설팅을 받은 뒤 부서별로 성과관리지표가 배정됐고 홍보팀의 주요한 성과관리지표 중 하나가 대학교 검색 순위이기 때문이다. 홍보팀 한 직원은 “검색순위 올리는 것이 우리 맘대로 되는 일이냐”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성과관리지표가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경영컨설팅이 대학에 자극제 역할을 하면서 변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현재 대학에 도입되는 경영컨설팅은 기업식 성과 및 경쟁 논리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즉 대학 행정조직은 서비스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대학은 교육 및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계량화된 실적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반 기업체 조직과는 엄연히 다르다. 따라서 기업체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구조조정, 성과 및 실적 창출 등은 대학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실제 연세대는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의 경영컨설팅을 받았지만 구조조정과 관련된 경영컨설팅안은 실행이 어려웠다. 연세대는 1995년 매킨지컨설팅사(학교 전반에 대한 컨설팅), 1999년 삼성SDS(직무분석), 2005년 삼성경제연구원(학교 비전 및 경영혁신)으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았고 올해는 머서코리아(행정효율화)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테뉴어(정년보장)를 받은 교수들을 자르라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경쟁력 없는 학과를 구조조정한다고 하면 대부분 기초학문 관련 학과인데 기초학문이 무너지면 결국 국가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경영컨설팅을 받은 한 대학의 경우 홍보팀에는 포털사이트의 대학교 검색순위가, 학생지원팀에는 4대 일간지에 학교 기사 게재 여부가, 입학팀에는 지원율·경쟁률이 각각의 성과관리지표로 배정됐지만 하나같이 각 부서에서 직접적으로 관리하기 힘들거나 실효성이 없는 지표들이다. 이는 정량지표화하기 어려운 대학 행정조직의 업무 특성을 간과하고 기업식 경영컨설팅을 적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컨설팅 업체들이 대학 발전과 비전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의도에 맞춘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즉 대학 경영자인 총장이 자신의 정책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외부 경영컨설팅이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기관들이 대대적인 컨설팅을 받은 것은 구조조정의 면피를 위한 것”이라면서 “대학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컨설팅 업체들은) 경영자의 입맛에 맞춘 결론을 낸다”고 말했다.

대학 특성 맞는 경영컨설팅 필요

기업식 경영컨설팅의 한계는 곧 대학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 대학은 일반 기업체와는 다른 문화와 특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식 경영컨설팅의 잣대를 대학에 일방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 경우 경영컨설팅은 비용만 낭비된 채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영컨설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대학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해용 연세대 기획과장은 “기업은 이익의 여부로 결정 나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다”면서 “대학을 일반 기업처럼 보면 안 된다. 대학 특성에 맞는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민 기자 (bestjsm@unn.net) | 입력 : 08-11-14 오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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