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이어진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 대학가에도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경제위기는 대학들의 주 수입원인 등록금과 기부금에 타격을 입히고 있으며 외국인 교수 영입·외국 기자재 수입 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해 대학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입감소·지출증가, 이중고 겪는 대학가
고려대·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그동안 계속돼 온 등록금 인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해 온 대학들을 움직인 것은 결국 ‘경제위기’다. 대학들은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 등록금을 동결키로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위기는 기부금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의 수익구조가 다각화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부금은 등록금과 더불어 핵심 수입원이기 때문에 기부금 감소는 대학들로서는 치명적이다.
이무석 전국대학발전기금협의회장(영남대 발전협력팀장)은 “서울 소재 대학들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기부행사가 줄고 약정 기금도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기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기금 사용내역과 학교 발전상을 이메일로 홍보하는 등 소극적인 모금방법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 등으로 구성된 적립금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대학들의 경우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수익률 저하가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울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보환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발전기금 연도별 운용 수익률’에 따르면 올해 발전기금의 운용 수익률은 1.64%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운용수익률 10.84%에 비하면 9.20% 하락한 수치다.
또한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기금(적립금) 총액은 1869억원으로 이 기금은 △CD포함 정기예금(51.11%) △AAA등급 이상 채권(34.19%) △요구불예금(8.74%) △펀드(5.96%)에 각각 투자돼 있다.
윤경진 연세대 재무처장(총무처장 겸직)은 “(펀드 투자는) 채권형 펀드도 있지만 주식형 펀드도 조금 있다”면서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은 4년 전이고 수치상으로 현재 손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나 주식형 연계펀드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해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대학들의 주식형 펀드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한 환율 상승은 외국인 교수의 급여 지급, 외국산 기자재 수입 등과 관련해서도 대학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대학들은 경제위기로 수입감소·지출증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위기 장기화, 대학들 대비 나서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최소 2년 이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경제위기의 장기화를 전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학은 결코 경제위기의 무풍지대가 아니며 장기적인 경제위기에 대비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경영)는 “경제위기는 1차적으로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2차적으로는 대학과 고객에 영향을 미친다. 대학도 경제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대학도 외부충격에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학들은 재정·경영 측면에서 취약하고 이런 취약성은 호황기에는 잘 안 드러나지만 불황기에는 표가 난다”며 “총장과 행정직원의 역량을 강화 등 경영 전문성을 강화하고 위기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준일 사무생산성센터 수석컨설턴트는 “등록금이 오른다는 전제 하에 인건비·운영비·사업비가 그때그때 판단과 사정에 따라 지속 확대, 지출된 부분이 없지 않다”며 “내년부터는 교원·직원별 총인건비 관리, 제로베이스 예산제도 정립, 정밀 사업평가를 전제한 사업비 배정,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한 교내 자원 배분, 부서별·조직별 수익 발굴 등의 노력을 전교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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