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 ‘글로벌’ 열풍이 불고 있다. 외국 대학과 협약을 체결하고, 학생을 교류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외국 대학과 손을 잡는다고 모두 다 글로벌 대학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삼정KPMG는 지난 2001년 미국 KPMG와 멤버십 계약을 맺고 한국은 물론 해외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윤영각 삼정KPMG 대표는 “우선 대학생들 스스로 세계의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담=김중화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
- 고교 졸업 후 바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는데.“아버지가 어느 날 "너 미국 가라" 그러시더라.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래서 엉겁결에 가게 됐다. 미국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계사로 일하다가 한국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더니 "미국을 제대로 아느냐"고 물으시더라.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마음이 후련하지 않았다. 한국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을 제대로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교수와 통화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모두들 "미국은 법으로 만든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의 법부터 알아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법대에 가 미국 헌법을 공부했다. 유럽의 수많은 이민자를 묶는 게 바로 헌법이더라. 그러면서 미국이란 나라를 이해하게 됐다.”
- 미국 대학에서의 공부는 한국과 달랐나.
“미국은 기본이 토론이다. 그리고 참여도 해야 한다. 교과서만 공부하고 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성적이 잘 안 나온다. 토론과 참여에 익숙해지니 순발력이 생긴 것 같다. 상황파악이 남들보다 빠르고 사물을 간단히 정리해서 보게 됐다. 어려운 사항들이 쉽게 정리가 되는 거다. 이런 트레이닝을 하고 난 후 다른 선진국들을 돌아본 후 한국으로 돌아봤다. 우리나라에 뭐가 필요한지 감이 오더라. 남들보다 일찍 세상의 흐름을 읽다 보니 준비도 먼저 하게 되고, 다른 회사보다 앞서 상품도 내게 됐다. 나아가 준비도 더 빨리 하게 되더라.”
- 흐름을 읽는 일은 사업에서 중요한 일이다.“그렇다. 성공하려면 우선 트렌드부터 잘 읽어야 한다. 빨리 움직이는 세상이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 글로벌 시대 아닌가. 세계가 돌아가는 흐름을 먼저 알아야 우리나라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내에서의 경쟁도 글로벌 마인드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크다. 자기 분야에서 앞서려면 외국 경쟁사는 어떻게 하는지,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기술적인 것들과 시장의 변동사항은 어떤지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비용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선진국 사례 등을 통해 파악해야 조금이나마 앞설 수 있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어떻게 가공하고 이용할지도 알아야 경쟁력이 생긴다. 이건 단순히 영어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 트렌드를 읽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포천>이나 <이코노미> 등 외국 비즈니스 잡지를 빼놓지 않고 읽는다. 학생 시절부터 지켜 온 습관이다. 처음엔 어렵더라. 그렇지만 계속해서 정독했다. 이런 일을 꾸준히 이어가니 점점 트렌드를 읽을 수 있게 됐다. 교과서를 읽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공부 습관도 반드시 들여야 한다. 자신의 관련 분야와 관심 분야에서 잡지 몇 개 정도는 정독하면서 읽어 보라. 학생 때부터 이런 버릇을 들이고 계속 이어 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사업을 하다 보면 위기를 맞는데, 극복법은.
“위기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IMF 같은 거시적인 차원의 어려움이다. 사실 지금도 그때만큼 어렵다. 내년 성장률이 4%나 될지 모르겠다. 이런 큰 소용돌이를 미리 감지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이 올 것 같으면 구조조정이나 부실채권 매각은 어떻게 할지 미리 고민하고 대처한다. 그리고 이런 매크로에서 마이크로로 옮겨 대처하는 게 두 번째 경우다. 전체의 위기 속에서 우리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가다 보면 돌파구가 나오게 마련이다. 거시적인 것을 회사에 가져와 기회를 찾는 셈이랄까. 우선 이런 큰 흐름부터 파악하고 정보를 습득하면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물론 이런 중심에는 리더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가능하다.”
- 그렇다면 윤 대표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서번트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나누고 비워야 쫓아오는 것 같다. 그리고 다분히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강한 면만 있는 조직이 되선 안 된다는 뜻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는 21세기에 안 통한다. 예전에 ‘보스’와 ‘서번트’의 개념이었다면 이젠 ‘멘토’와 ‘멘티’라고 할 수 있다. 대신 방향이 확실하면 그 부분은 CEO가 강력히 밀고 나가야 한다. 물론 CEO가 트렌드를 읽어내고 나아가는 데 읽지 못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언제든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우선 설명을 하고 납득을 시킨다. 그래도 안 쫓아오겠다면 버스에서 내려야 하지 않겠나. 이 부분은 민주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회사의 중요 방향은 투표로 정하는 게 아니다. CEO라는 게 어떤 위치인가. 책임지고 가는 사람 아닌가. 다만 자신의 결정에 대해 나중에 평가받아야 한다. 그리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 성공하길 원하는 대학생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학업에 열중해야 할 거다. 그리고 휴먼 네트워킹 부분도 당연히 신경 써야 한다. 그렇지만 봉사하는 방법도 배웠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입시 지옥을 거쳐 대학에 간다. 자칫 자기 본위의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자신을 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나는 미국에서 변호사가 된 후 첫 해에 정말 열심히 일했다. 1년이 지난 후 평가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너는 일만 했어" 이러더라. 그래서 "그건 잘한 거 아니냐"고 답했다. 그랬더니 "봉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어겼기 때문에 연봉의 5% 삭감한다"고 하더라. 사규를 찾아보니 진짜로 ‘자기 시간의 5%를 남을 위해 쓰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규정이 있더라. 왜 그런 규정이 있는지 나중에 이해가 가더라. 회사란 봉사하는 조직 아닌가. 대부분 고객들이 여기를 갈까, 저기를 갈까 고민하는데 비슷한 수준이면 사회봉사를 내건 곳으로 가지 않겠나. 베풀면 축북이 온다는 말은 허튼 게 아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민감한 사람이 성공한다. 대학생들은 대학 때부터 봉사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 봉사는 기업도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 아니겠나. 기업도 일종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다뤄야 할 거다. 특히 글로벌 회사들은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그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겠나. 지난 올림픽 때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미워했던가. 그런 형편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에 가서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들이 사회적 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윤영각 대표는...1973년 경기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 가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시카고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2년 동안 미국 휴렛패커드에서 일했다. 1983년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이후 미국 ‘Arthur Young’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1988년 듀크대에서 법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Arnold & Porter'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1991년 삼정컨설팅그룹을 설립했다. 이후 2001년 미국 KPMG그룹과 합작해 현재 삼정KPMG그룹 CEO로 활동 중이다.
<정리=김기중 기자·사진=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