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0년 동안의 고등교육을 돌아보고, 향후 고등교육의 정책 방향을 짚어보는 장이 마련됐다.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홍익대 대학특성화사업단과 공동으로 11일 오후 2시 홍익대 정보통신관 국제회의실에서 ‘한국 고등교육정책의 진단과 발전과제 모색’ 학술세미나를 열어 고등교육정책의 올바른 미래를 논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최희선 중부대 총장은 “한국의 고등교육이 외양과 규모로는 다른 선진 국가에 비교해 손색이 없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기상황”이라면서 “갖가지 내외적 갈등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고 있으며, 반지성주의적 분위기가 깊숙이 침투해 지적 창조력을 크게 쇠퇴시키고 있다. 교수들의 도덕적 감화력 저하와 교권의 위축 그리고 대학의 의사결정 기능이 마비되는 현상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총장은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중앙집권적 통제와 지나치게 하드웨어(제도적 개혁)에만 치중한 고등교육정책을 꼽았다. 아울러 고등교육정책이나 개혁추진에 일관성이 부족한 점, 역대 정부가 장기적 비전을 토대로 하지 못한 채 고등교육정책에서 수월성 추구·자율성 신장·효율성 제고·특성화 구현 등을 되풀이해서 강조한 점도 문제라고 역설했다.
최 총장은 이런 문제에 대해 “앞으로는 사회의 다양한 대학교육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며 대학체제의 다양화와 개방화, 운영의 탄력화 추진에서 대학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했다. 정보화 등 사회변화에 대해서는 대학에 고등교육체제나 교육방식, 학사행정 등 변화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를 촉구했다.
교과부 등 정부 재정지원에 대해서는 “부작용에 대한 심각한 인식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대학교육과 개혁성과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지표가 획일적으로 적용되어 모든 대학의 개혁을 일률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연구중심대학 평가와 교육중심대학 평가를 구분해 취지에 맞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관련 “4년제 일반대학 중심의 편중된 대학교육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그릇되고 조급한 인식 등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학력 및 학벌중심의 사회의식을 타파하고 능력중심의 사회로 전환하도록 적극적인 시책들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맡은 이일용 중앙대 교수는 “일본은 운영을 대학에 일임하나 예산은 정부가 15% 정도 계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며 미국의 주립대학들은 보통 대학예산의 38% 정도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정부의 한국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들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국립의 경우는 국가가 통제하는 형태이며, 사립은 이사회가 있기는 하지만 총장을 중심으로 한 대학 내의 의사결정제도는 비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의사개진 구조를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사립대학 내의 의사결정체제가 확실히 정착되고 집행행위와 구분,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평의원회가 이사회가 아닌 대학 내에 설치된 것이나 대학 내의 교무위원회가 아직도 대부분 집행과 의결권을 동시에 행사하고 있는 문제 등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대학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의 유형화에 대한 논의가 전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대학서열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4년제와 전문대학의 구분도 없고 대학원 중심대학과 교육중심, 또는 실무중심대학의 구분도 없이 모든 대학들이 백화점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학 경쟁력 확보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의 경쟁력 제고’ 발제를 맡은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은 “4년제 대학 이수자 비율 세계 최고, 사립대학 재학생 비율 세계 최고, GDP 대비 고등교육비 공부담 비율 최하위, 저렴한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수 1인당 학생수 최고, 4년제 이공계 학생 비율 최고, 4년제 대학생 졸업률 2위, 미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 유학생중 한국학생 비율 세계 3위 등을 갖게 한 원동력은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박 총장은 “최근 들어 입학전형 기준이 대학마다 다양해지고, 3불 정책이 흔들리면서 개인의 능력보다는 부모의 배경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지가 커지고 있으며, 부모의 직접적 배경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되면 저소득층의 교육열은 차츰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의 교육열이 냉각될 경우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많은 특색도 함께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가지고 있는 많은 강점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고등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에 의해 좌우되는 능력이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는 믿음을 지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등교육비중 개인 직접 부담 부분이 OECD 국가중 최고인 반면, 국가 부담은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점을 들어 “고등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면 향후 고등교육비중 국가부담 부분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