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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총정원제 허점 노출
합격자 70~80% 수도권 출신...'지역균형발전' 목표 실종
“총정원 제한 풀고 지역 할당해야 지역균형 취지 살린다”
지역 로스쿨 합격자 가운데 서울·수도권 대학 출신이 70~80%에 달하면서, ‘지역균형 발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장학금을 출연 받은 지방대들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일각에선 로스쿨 총정원 제한을 풀고, 지역 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 언론으로부터 비판 받아”=강원대 박종찬 법과대학장은 11일 “지역 인재를 육성해 달라는 염원을 수용하지 못해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강원대는 도내 시·군과 기업 등 50여개 기관으로부터 장학금 출연약속을 받았다.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재학생 70% 이상에게 전액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 건 이런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강원대는 로스쿨 40명 중 31명(77.5%)을 서울·수도권대 출신으로 뽑았다. 강원도 출신 학생은 13명(32.5%), 강원대 출신은 3명에 그쳤다.

박종찬 학장은 “지역할당제를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성적 순 대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의 많은 기관이 도와줘 장학제도를 확충할 수 있었는데 지역 인재를 많이 뽑지 못해 지역 언론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강원대는 지역학생 유치를 위해 로스쿨 전형요강에 ‘지역출신 할당’을 명시하려고 했지만 위헌 소지가 있어 이를 명문화하지 못했다. 때문에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출연한 장학금이 결국 외지 학생들을 돕는 데 쓰이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대 로스쿨은 아예 제주대 출신이 전무하다. 최종 합격자 39명 중 제주도에 주소를 둔 합격자는 8명에 그쳤다. 반면 서울·수도권 출신이 28명으로 71.8%를 차지했다. 제주대도 로스쿨 유치과정에서 지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충석 제주대 총장은 “제주도를 비롯해 JDC, 제주개발공사, 농협제주본부, 제주은행 등이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105억원의 특별재정지원금이 본인가를 받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상찬 로스쿨추진단장은 “법학적성 2개 영역(언어이해, 추리논증) 백분위 성적이 40% 미만인 사람은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 출신이 적었던 것 같다”며 “제주대 법학과 학생들은 2~3년 정도 사법시험에 집중하겠다는 학생이 많았고, 올해 초 예비인가가 결정되면서 비 법대에서도 로스쿨 입시를 준비한 사람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역할당’ 못하고 ‘변시’ 신경 쓰이고=다른 지역 로스쿨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도권 대학에서 지방 로스쿨로 진학한 비율은 전북대 74%, 경북대 73%, 영남대 71.4%, 전남대 67.5%, 부산대 62.5%, 원광대 83%, 동아대 75%, 충남대 71% 등이다.

이러한 현상은 로스쿨 총 정원에 제한을 두면서도 지역할당제를 용인하지 않는데서 파생됐다. 특히 변호사시험이 향후 로스쿨 서열화에 절대적인 영향일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로스쿨로서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로스쿨 인원배정(수도권·지방 57대 43)시 제기됐던 ‘지역균형발전’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역 대학들은 지역균형을 명분 삼아 로스쿨 인원배정을 늘려달라고 주장해 왔지만, 오히려 지역 출신을 홀대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총 정원을 제한하다보니까 지역출신자를 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엄격하게 통제하는 쪽으로 윤곽이 잡히다 보니 지역대로선 합격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역 로스쿨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한 지역 국립대 법대학장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의 훌륭한 인재가 대부분 서울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지역할당 및 지역출신 우대 필요=지역배분 원칙에 따라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대학은 불만이 크다. 동국대의 경우 로스쿨 평가에서 인하대(834.2점)와 강원대(800점)보다 높은 점수(834.9점)를 받았지만, ‘지역균형’ 원칙에 밀려 로스쿨 유치에 실패했다.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서울지역 출신들은 지역 로스쿨에 가더라도 3년 후 서울로 다시 회귀할 것”이라며 “지역배분을 하더라도 법률 수요를 고려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향후 로스쿨 선발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도 제기된다. 윤용석 부산대 법대학장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선발과정에서 지역출신을 우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수갑 충남대 법대학장도 “지역 로스쿨 출신이 지역에서 일정기간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의 법률서비스가 개선된다”며 “군 복부를 하지 않은 변호사가 무 변호인촌(변호사가 없는 마을) 등에서 일정정도 공익법무관으로 활동하면서 지역기반을 다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8-12-11 오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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