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금 동결 대학 내년 재정운영 계획.
등록금 동결에 따른 대학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대학들의 예산절감액이 최소 33억원, 최대 200억원까지 될 것으로 파악된다.
12일 현재까지 내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4년제 대학은 35개 정도다. 본지가 이중 15개 대학의 내년도 재정운영 계획을 조사한 결과, 최소 33억원의 예산절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물가상승률(4.7%), 신규사업 축소, 장학금 확충 계획, 운영비 경상비 절감, 인건비 인상 여부 등을 종합한 결과다.
15개 대학 중 100억원 이상 예산절감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은 고려대·경희대·성균관대·한양대·숙명여대·부경대·청주대 등 7개 대학이다. 장학금 확충 계획을 밝힌 대학은 10개 대학, 인건비를 동결하거나 동결할 계획을 가진 대학은 7개 대학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학진흥재단에 장기저리 융자를 신청한 대학이 있을 정도로 빡빡한 살림살이가 예상된다. 그러나 교수채용 등 교육과 관련된 예산은 계획대로 진행하는 대학이 많았다.

고려대는 최소 100억원, 최대 200억원의 예산절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재민 기획예산처장은 “내년도 예산을 최소 100억 이상 절감할 계획으로 예산편성을 짜고 있다”며 “경상비와 운영비를 다 줄이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시설 개보수 공사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경제위기 특별장학금’ 50억원도 편성했다. 한 처장은 “교직원 인건비도 잘못하면 삭감해야할 판”이라며 인건비 인상률을 최소화할 방침도 내비쳤다. 다만 교수채용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경희대도 등록금은 동결하면서 장학금은 확충할 계획이다. 따라서 130억원 정도는 줄여야 답이 나온다. 조병춘 기획처장은 “올해 14.82%였던 학비감면액을 16%로 확충할 계획”이라며 “2% 증가는 액수로 40억원 정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경희대는 등록금 인상률을 1% 낮추면 18~19억원의 수입 감소가 발생한다. 물가상승률 5%정도를 감안하면 90억원의 지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조병춘 처장은 “내년 개교 6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발전기금 모금에 나설 것”이라며 “동문들 중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을 후배들에게 돌려주자는 운동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한양대도 170억원의 예산절감 계획을 세우고 인건비를 동결하는 등 긴축재정을 계획하고 있다. 한정화 기획처장은 “신규사업은 가급적 억제하고, 방만한 재정운영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년제 대학중 제일 먼저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성신여대는 사학진흥재단에 40억원의 장기저리 융자를 신청했다. 운영비를 10%(12.8억원) 줄이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이는 모두 장학금 확충에 쓰여진다. 5%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추가적으로 43억원의 예산을 줄여야 할 상황이다. 장창연 예산팀장은 “최근 제2캠퍼스(운정캠퍼스) 건립 등 해야 할 사업이 많기 때문에 사학진흥재단에 40억원의 융자를 신청했다”며 “그러나 올해 교수채용 인원 40명은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강대는 부서별 변동비용을 20%씩 일괄 삭감해 33억원 정도의 예산을 아낄 계획이다. 인건비도 자연승급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동결이 예상된다. 김영수 기획처장은 “부서별 고정비율은 그대로 배정하되 변동비용은 20%씩 삭감해 예산을 배정했다”며 “증액이 불가피한 부분은 각 부서가 신청하면 추경을 편성해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숙명여대도 등록금은 동결하면서, 장학금을 20억원 정도 확충키로 했기 때문에 100억원 예산절감이 필요하다. 강형철 기획처장은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20억원의 장학금을 확충해 재학생 100명 정도에게 전액장학금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교수채용 등 교육과 직결되는 부분은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외대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부터 예산절감에 착수했다. 장태상 기획처장은 “이미 각 부서별로 10% 절약한 예산을 짜 줄 것을 당부했다”며 “원래대로 하면 7%의 등록금 인상이 필요한데 이를 동결하면 절감해야 할 부분이 70~80억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성균관대도 내년 건물 신·증축을 대부분 유보하고 인건비를 동결할 계획이다. 장시영 기획처장은 “모든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신·증축 계획들을 유보할 계획”이라며 “인건비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지대도 50억원의 예산절감이 필요하다. 이상진 기획처장은 “학교 운영경비 30% 삭감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며 “인건비도 자연승급분을 제외하고는 동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하대는 “100억원의 예산절감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청주대는 “전체 예산 1500억원 가운데 10% 규모인 150억원 절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양대는 “장학금 확충 계획 등을 감안, 35~40억원의 예산절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분위기에 눌려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지만, 막상 예산편성안을 짜다 보니 한숨이 나온다는 대학이 많다. 교과부 장관까지 나서 독려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동결을 선언한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장태상 기획처장은 “등록금 동결 분위기에 역행할 수 없어서 동결을 선언했지만 (예산을 편성하기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한정화 기획처장도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를 해야 발전이 있다”며 “오히려 등록금을 제대로 거둬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대폭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