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진 한독약품 대표이사 회장은 ‘신뢰 경영’을 중시한다. “상호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믿고 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독약품은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1954년 의약품 수입업체로 출발한 한독약품은 3년 뒤 독일 훽스트사와 기술제휴·합작관계를 맺으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합작사의 신뢰를 얻은 결과다. 한독약품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훽스트사의 자금지원을 받을 정도로 신뢰를 쌓았다. 현재는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라 파트너사가 훽스트사에서 사노피-아벤티스로 바뀌었지만, 그간의 축적된 신뢰가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시키고 있다.
‘신뢰 경영’의 효과는 노·사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독약품 노동조합은 지난 3일 내년도 입금협상에 대한 권한을 회사측에 일임했다. 1975년 노조 설립 이후 네 차례나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김영진 회장은 “노사 화합의 비결은 신뢰”라며 “노사 간에 합의된 약속은 꼭 지키려고 노력했고, 이런 노력이 신뢰를 쌓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최근 한독약품 노동조합이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했다. 노사 간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노사화합을 이룬 비결이 뭔가.
"한독약품은 1975년 노조가 설립된 이래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노사 간 상생문화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한독약품은 노사협력 우량기업·신노사문화 우수기업 등에 꾸준히 선정됐다. 노사화합의 비결은 신뢰다. 노사 간에 합의된 약속은 꼭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신뢰를 쌓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최근의 금융위기가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제약사 특성에 따라 다르다. 대규모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OTC(처방전 없이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나 바이오벤처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독약품의 경우 전문의약품과 OTC의 비율이 9대 1 정도다. 아직은 그 여파가 제한적이다."
-한독약품은 1954년 의약품 수입 전문업체로 시작해 독일 훽스트사와의 기술제휴·합작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 기업과의 합작으로 얻은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독약품은 1990년 초반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독일 훽스트사와의 합작을 통해 우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독약품은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합작사의 신뢰를 얻었고, 이런 신뢰관계가 바탕이 돼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훽스트사의 긴급 자금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현재는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라 파트너사가 훽스트사에서 사노피-아벤티스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돈독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얻은 경쟁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윤리경영이다. 한독약품은 표준운영절차(SOP) 등 국내 회사로서는 드물게 다국적 기업의 업무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요즘은 대학에서도 ‘CEO형’ 총장이 주목받고 있다. 조직관리에 대한 철학을 말씀해 달라.
"능력과 성과에 따른 평가와 보상으로 주인의식을 고취시키는 게 조직 관리의 원칙이다. 조직 내에서는 부서 간·동료 간·상하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관계는 조직의 톱니바퀴로 비유할 수 있다. 상호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노사관계도 고용인·피고용인 관계가 아닌 상생의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학생들에게도 한독약품은 국내 대표적인 제약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한독약품이 바라는 인재상을 말씀해 달라.
"잭웰치에 따르면, 기업에서 가장 먼저 퇴출해야 할 사람은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만큼 기업가치가 중요하다. 한독약품은 다섯 가지 가치를 갖고 있다. 성취·파트너십·혁신·정직성·신뢰다. 이 중 파트너십과 신뢰는 우리 기업이 성장해 온 바탕이고 앞으로도 추구해야 할 가치다. 혁신을 요구하는 것은 해외기업과의 합작관계를 넘어서 독립경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을 포함해 무엇인가를 창조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이런 가치를 지니고 있거나 갖출 잠재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원한다."
-대학교육에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다.
"기업에선 팀워크를 강화시킬 수 있는 책임감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인성·교양교육을 강화해 줬으면 한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약속을 어기고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사람이 많다. 교양과 예절이 부족한 것이다. 또 ‘당근을 줘야 무엇을 하겠다’가 아닌,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야간대학원 경영학 석사과정의 질도 높여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경영학 석사과정이 간판 따러 오는 곳으로 인식되는 것은 대학이나 기업에 모두 손해가 된다."
-대학생 중 고시 준비에 매달리거나 이공계를 기피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CEO로서 이공계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약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의대나 약대 등 안정적인 분야로만 우수인력이 모이는 것은 문제다. 이공계 분야는 10~20년 후에는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미래에 어떤 변화가 올지 판단한 뒤 진로를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과연 10~20년 뒤에도 변호사나 의사가 매력적일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란 뜻이다."
-대학과 기업 간의 산학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산학협력의 올바른 방향이라면.
"한독약품은 ‘더 헬스 이노베이터(The Health Innovator)'라는 기업 슬로건을 실현하기 위해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15년간 진행하고 있다. 1년에 2회 수도권과 지방 약대생을 실습인턴으로 채용, 마케팅·메디컬·연구개발 분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의약분야는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전문성이 요구된다. 때문에 학문과의 연관성이 긴밀할 수밖에 없다. 한독약품은 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해 핵심기술을 교류하고, 신약개발에 관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산학협동을 통해 신약개발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선 대학과 기업 상호간 전략적 협업이 필요하다. 대학은 시장의 ‘니즈(needs)’가 있는 분야, 환자가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 기업은 연구 성과를 효율적으로 상업화할 수 있도록 임상연구·제품생산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2006년부터 해외 합작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경영을 선언했다. 파트너사인 사노피-아벤티스와는 전략적 기술제휴 관계만 유지하기로 했는데 향후 계획을 말해 달라.
"독립경영을 한다는 것은 지금껏 파트너사에 의존했던 신제품 개발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적인 연구로 시작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방식(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안팎을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채택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등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이용, 임상단계부터 협력해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신제품 개발을 늦게 시작했지만,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창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 신하영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유관희 교수는...
1952년 서울 출생. 197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를 거쳐 1989년 한양대 경상대학 교수로 부임했다. 1996년부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회계학연구회장·한국중소기업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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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회장은...
1956년 서울 출생. 1979년 연세대 상경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 MBA, 하버드대 AMP 과정을 수료했다. 1984년 한독약품에 입사해 경영조정실 부장·상무이사·전무이사 부사장·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2006년 한독약품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국무총리표창(2000), 한국능률협회 한국경영대상(2004), 동탑산업훈장(2005)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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