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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보공시 ‘애물단지’로 전락
검증시스템 마련 함께 대학 스스로 책무성 제고해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학정보공시제가 잇단 오류로 시행 초기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학과 언론의 문제제기 때마다 수정을 하고 있지만 ‘땜질’에 그치면서 자고나면 또 다른 오류가 발생하는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사실상 검증 시스템이 없는데다 입력 기준이나 분류 체계에 대한 사전 검토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 일부 항목 공시정보서 제외= 시행 전만 해도 대학정보공시제는 ‘도깨비 방망이’ 대접을 받았다. 충원율, 취업률 등 대학이 공개를 꺼렸던 민감한 정보들이 학과 단위로 낱낱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들은 그 동안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서나 확인할 수 있었던 정보들이다.
대학 서열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새로운 ‘스타’ 발굴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더 컸다. 우명숙 교과부 대학정보분석과장은 “명성 있는 일부 대학들이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은 아닌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객관적 지표를 통해 기존의 막연한 서열화를 깨고 잘 몰랐던 대학의 강점 분야를 드러낸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오락가락한 측면도 여기에 일조했다. 애초 51개였던 항목 수는 정권이 바뀌면서 57개로 늘었다가 다시 2개가 빠지면서 최종적으로는 55개로 확정됐다.
대입 자율화를 맞아 대학의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하겠다던 신입생 출신학교의 유형별·지역별 현황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슬그머니 빠져버렸다. 교원급여현황은 교수들의 반대로 규제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 곳곳에서 허점 발견= 애초 입력 기준과 달리 공개되는 정보도 발견되고 있다. ‘교육·연구성과’ 지표 중 하나인 ‘저·역서 실적’도 애초 입력 기준과 달리 저서와 역서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합쳐놓아 그 취지를 무색케 했다. 재정지원사업 수혜실적의 경우 대학개별공시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로 구분해 공시하지만 통합비교검색에서는 이조차 구분되어 있지 않다.
공시되는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거나 세부학과별로 너무 구체적이어서 교육수요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힘든 측면도 있다. 등록금의 경우 대학개별공시에서는 학과별로만 나와 있어 계열별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캠퍼스별 분류 역시 보완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서관예산현황’ 항목의 경우 본교와 분교의 예산을 통합·운영하는 대학에서는 분교의 예산이 ‘0’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있어 대학들이 항의하자 공시에서 빼버린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 정보 검증시스템 사실상 부재= 무엇보다 공시 정보의 신뢰성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 통합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는 지난 1일 개통 이후 연일 수정과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1일 대학정보공시제 통합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개통하면서 등록금 순위를 발표했다가 5일 수정 발표했다. 일부 대학이 아예 입력하지 않거나 지침과 달리 1년치 등록금이 아닌 한 학기 등록금을 잘못 입력하는 경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또 교외 장학금을 포함하지 않은 데 대한 대학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장학금 지급률을 아예 주요지표 서비스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취업률도 대학개별공시에 올라있는 정규직 취업률과 주요지표검색에 나와 있는 정규직 취업률의 기준이 달라 논란이 일자 대학개별공시에서는 숫자만 표기하고 비율을 삭제했다.
교과부는 지난 3일 업데이트로 인해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올린 이후 전국 대학에 공문을 보내 지난 11일까지 입력한 정보를 다시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오류는 여전히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2일 대학정보공시 통합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를 통해 ‘재정지원 수혜 사업 실적’ 자료를 정리하다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한국외대(본교)는 올해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2만7500원을 지원받았다. 가톨릭대 20만원, 고려대 2949만3225원, 연세대 2912만2300원 등이다. 반면 울산대는 133억4524만원을 지원받았다.
어떤 대학은 ‘원’단위로, 어떤 대학은 ‘천원’단위로 입력돼 있어 결국 일일이 대학에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서 입력한 자료를 다시 정리해 올리는 과정에서 미처 걸러지지 못한 데서 빚어진 일이었다. 통상 금액은 천원 단위로 표기하지만 해당 정보 어디에도 금액 단위에 대해서는 언급돼 있지 않아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공시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등록금을 비롯해 대학이 직접 입력하는 20여개 항목은 특히 그렇다. 교과부 역시 “아예 입력하지 않거나 비율이 100%를 넘어가는 경우가 아니면 오류를 찾기 힘들다”고 말해 이 같은 검증시스템 부재를 일부 인정했다.
교과부는 각 교육기관이 정보를 자체 검토한 이후인 15∼19일 입력하지 않았거나 잘못 입력했다가 수정한 항목이 많은 대학 위주로 현장실사를 나갈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도 이 같은 오류가 걸러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명숙 과장은 “검증방법이나 공시항목에 대해서는 향후 의견수렴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면서 “대학도 책무성을 갖고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unn.net) | 입력 : 08-12-13 오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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