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1급 일괄 사표…고위직 물갈이 신호탄?
“수세 몰린 안 장관 국면 타개용” “이주호 전 수석 복귀설”도 제기
교육과학기술부의 1급 고위공무원 7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우형식 차관이 구두로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지난 15일 오후께 교과부 소속 1급 공무원 전원도 안병만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현재 교과부 소속 1급 공무원은 본부 내 기획조정실장, 인재정책실장, 과학기술정책실장, 학술연구정책실장 등 4명을 포함해 서울시부교육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국립중앙과학관장 등 총 7명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1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인사 폭을 넓혀주겠다는 뜻”이라며 “장관이 취임한지 5개월이 되면서 어느 정도 부서 사정을 파악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임 5개월째를 맞은 안 장관이 부처 쇄신 차원에서 인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인적 쇄신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말부터 여권에서는 고위공무원단의 대거 퇴진과 후속 승진인사, 내년 초 개각 등을 염두에 두고 인적구조 쇄신 방침이 흘러나온 적이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많은 불만들이 있다”며 공무원 사회를 압박했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최근 “정권이 바뀌어도 1급 이상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과부에 이어 이날 김갑순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의 1급 간부 3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하면서 이러한 인적쇄신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국세청으로부터 후보자를 2배수 추천받아 후임자 검토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등도 1~3급 고위직 중 4~5명이 사표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다른 부처도 다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교과부만 크게 부각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과부 관계자는 “1급 고위공무원의 인사권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갖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인적 쇄신론에 안 장관이 먼저 치고 나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과부는 근·현대 교과서 수정 논란에 이어 최근 4·19를 데모로 표현한 동영상 논란 등 중요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정권 내부에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지난 8일 “물갈이는 없다”고 공식 해명하긴 했지만 대규모 인적쇄신 대상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교과부의 또 다른 직원은 “차관의 사의표명과는 별개로 1급 일괄사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인사권을 무기로 내부 군기를 잡는 한편 주요 교육현안과 관련해 다소 수세에 몰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장관이 앞서 나간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1급 일괄사표 제출이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의 차관 복귀와 관련돼 있다는 설도 급부상하고 있다. 17대 국회 교육위원으로 활동한 이 전 수석은 교육부·과기부 통합, 대학 자율화 등 주요 교육공약을 만든 인물이다. 18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청와대 초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맡았으나 상반기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조기 교체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와 함께 정·관가에서는 끊임없이 복귀설이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1급 사표제출과 우형식 교과부 제1차관의 사의 표명을 이 전 수석의 차관 복귀설과 연계시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교육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선거가 없는 내년이 적기이고 이 전 수석이 복귀한다면 시기적으로는 지금이 맞다”며 “개각설과 맞물려 이 전 수석의 교과부 차관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위공무원 물갈이 분석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교육부 1급 일괄사표 제출은 부처 차원에서 장관의 책임과 판단 하에 이뤄진 것으로, 관련 수석실에서도 진행상황을 잘 몰랐다”면서 “특정부처, 교육부에서 한 것을 다른 부처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비약”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경우를 일반화시켜 전체 고위공무원단을 어떻게 하고 이런 것은 아니다”면서 국세청도 1급 간부 3명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연말이 돼 인사수요가 생겨 그런 것 아니냐.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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