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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동결에 한숨 짓는 국립대
국립대 40곳 ‘로스쿨 개원·대학통합’ 등 사유로 1848명 요청
이명박 정부 ‘공무원 동결’ 공약에 덜미
내년 국립대 교수 정원이 동결됨에 따라 국립대학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내년 개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WCU)에 따른 교수 T/O 감소로 교원 부족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당초 국립대학들이 요구한 내년 교수 증원 수는 1848명이었다. 교과부는 이 가운데 1087명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으며, 행안부는 222명을 반영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정원이 동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 국립대 교원 인건비는 올해(1조4557억) 예산에서 호봉인상분 451억(약 3.0%)이 증가한 1조 5008억원으로 정해졌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기존 교수 봉급도 동결되는 셈이다. 신임 교수를 충원해 교육여건을 높이려는 국립대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립대 교수 정원의 동결은 ‘공무원 동결’과 ‘예산 10% 절감’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에 따른 결정이다. 대학들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정치인들의 결정이 백년을 내다보아야 할 교육정책을 허물어뜨리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로스쿨을 개원하는 서울대도 정부의 교원 동결 방침에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 주종남 기획실장은 “대학의 경쟁력을 결정하는게 이 부분인데, 정부가 대학 교육을 단순히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대학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교수 동결은 발을 묶어 놓고 뛰라고 하는거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부산대 정윤식 기획협력처장은 “국가가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교육직과 일반직을 다 같은 공무원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이 문제다”면서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큰 폭의 투자는 못하더라도 현상유지는 하게 해줘야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경북대의 경우 지난해 상주대와의 통합과 로스쿨 개원 등의 이유로 170명의 증원을 요청했다. 때문에 교수 부족은 더 심각한 실정이다. 산업대 수준이던 상주대의 교수충원률(50% 미만)을 경북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던 계획도 힘들게 됐다.

경북대 관계자는 “상주대 통합과 로스쿨 설립에 따라 교원 난은 더 심각하다”면서 “국립대학이다보니 여성교수 비율도 맞춰야하는데 기존 교수 유지하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용현 경북대 교무처장은 “회사도 어려울수록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데, 당장 어렵다고 동결하면 교육을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정치인들이 이 같은 상식적인 문제에 무신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교수 T/O를 로스쿨과 의·치학전문대학원에 올인한 대학들은 다른 학과의 교수 충원 요구에 난감한 입장이 됐다. 전북대 강봉근 교무처장은 “지난해 로스쿨 교수를 10명 정도 확충하다보니 일반 학과에서는 교수 채용 필요인원이 더 늘어났다”면서 “수의과학대학도 익산캠퍼스로 옮기면서 서울대 수준의 2배 이상 규모를 키우려고 하는데 계획이 물건너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교과부에 신규 교수 10명을 요청했던 전남대도 정부의 교원 동결에 불만을 제기했다. 전남대 박충년 교무처장은 “지난해 로스쿨과 의·치학전문대학원에 교수 T/O를 몰아줬다”면서 “이 때문에 교수 정원이 줄어든 다른 학과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 입장을 고려해 최소 인원을 올렸는데 반영되지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교수확보율이 대학 평가의 중요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교수를 충원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도 크다. 충남대 주혁종 교무처장은 “올해 정년퇴직 교수 등 자연감소분 외에는 교수를 신규로 채용할 수 없게됐다”면서 “대학 평가에서 교수대 학생 비율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상황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1994년 종합대로 전환한 뒤 지속적인 교수충원이 필요한 한국해양대도 최근 5개년 동안의 교원 동결로 종합대로서의 입지에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해양대 남기찬 기획처장은 “입학정원이 40명일 경우 7명의 교수가 적정한 교수 T/O로 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대학은 10개 학과가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해 매년 30명의 교수 T/O를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처장은 “일반행정쪽은 감원이나 동결의 여지가 있지만 교수가 다른 전공을 강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전공별로 필요한 인원은 충원할 수 밖에 없다”면서 “공무원이라는 범주에 교수를 포함시키는 건 대학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국립대 교수 정원은 김대중 정부인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980명씩 교육여건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증원된 뒤 올해 202명 증원을 빼면 5개년 연속 동결된 상황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들의 요구 정원을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반영하려 했지만, 정부의 예산 절감 방침에 따라 거부된 것”이라며 “일부 대학은 내년 수업도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용수·신하영·정성민 기자 unnys@unn.net>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8-12-19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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