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basic science)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계속적으로 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기초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을 일컫는다. 기초연구는 새로운 가설이나 개념, 이론, 일반 법칙 등을 발견하는 것으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다.
기초연구의 결과는 일반적으로 상업성이 없어 거래되지 않으며 전문학술지 등을 통해 일부 관심 있는 연구자에게 알려질 뿐이다.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지속적인 과학 기술 발전이 뒤따르기 때문에 기초연구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산업체들은 기초연구보다는 상업화에 직결되는 응용연구에 보다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짧은 시간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 이윤을 내야하는 기업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연구를 확실히 다지지 않고 원천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상품을 만들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선진 국가 대열에 진입할 수도 없다.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는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순 없지만 기초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경우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선진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응용연구에 집중함으로써 제조업이 급속도로 발달했다. 이는 정부 출연연구소의 대부분이 목적 지향적인 응용연구를 수행하고 순수 기초연구를 지향하는 출연연구소는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국가의 연구개발 목표는 기초학문보다 응용개발에 있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대학에서조차 기초학문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사명을 뒤로 미루고 연구비 획득의 수월성 때문에 응용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초연구 지원 재단인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국과학재단이 통합돼 새로운 연구재단으로 출범할 예정이어서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기초연구인 생명과학보다는 응용연구 성격이 강한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계획이 추진되어 왔다. 생명공학을 국가차원에서 육성하고자 1983년 ‘생명공학육성법’이 제정된 이래 1994년 ‘제1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수립됐고 2006년 11월에 ‘제2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제2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에서는 그동안 조성된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산업인프라를 구축해 바이오경제(bio-economy) 시대를 준비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이 기본계획에서는 생명공학 안에 생명과학, 보건의료, 농축산·식품, 산업공정/환경·해양수산 및 바이오융합으로 기술을 분류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초연구가 응용연구의 한 부분으로 잡혀 있는 모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생명공학은 정보통신 이후 경제 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성장 동력이자 삶의 질 제고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바이오 경제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돼 국가 연구 정책을 세움에 있어 응용연구인 생명공학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구가 기반을 확실히 잡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원천기술 확보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기초연구가 튼튼히 된 후에 응용연구가 발전되어야 할 때라 생각한다. 기초연구가 부실할 경우에 응용연구는 모래밭에 세워진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라 그 기대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하고 그 효과도 기대치 이하일 수 있다.
올해는 ‘제2의 IMF’라 하기도 하고, 혹자는 ‘총성 없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기초연구를 확실히 다짐으로써 보다 많은 원천기술을 확보해 응용연구의 꽃을 피운다면 앞으로 다가올 세대에 우리나라가 선진대열에 설 수 있는 디딤돌이 구축되리라 생각된다. 특히 다가올 바이오경제 시대를 대비해, 응용연구인 생명공학도 중요하지만 기초연구분야인 생명과학을 우선시하는 연구정책이 강력히 추진되기를 바란다.
박광균 연세대 교수 / 한국학술진흥재단 생명과학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