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식 차관 “눈 덮힌 들판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사표 수리…이임식서 “기대에 부응 못해 송구”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우형식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의 사표를 공식 수리했다. 우 차관은 교과부 1급 간부들의 일괄사표 제출에 앞서 지난달 말 안병만 교과부 장관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차관은 이날 오후 열린 이임식에서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한시 한 수로 이임사를 대신하며 28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우 차관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왜 소회가 없겠느냐”면서도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떠나는 게 제일 아름다운 모습인 것 같아 서산대사가 짓고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한 시로 송별사를 대신하겠다”며 2분여 만에 이임식을 마무리했다.
우 차관이 소개한 시는 백범 김구가 만년에 즐겨 쓴 한시로 백범이 38선을 넘을 때 읊었다 해서 유명해졌다. 이 시를 통해 백범은 현실의 정치보다는 역사의 심판을, 눈보라치는 조국의 위기를 당하여 일신의 안위보다는 후손들에게 모범이 될 자국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0년에는 이헌재(李憲宰)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 금융감독위원장직을 떠나면서 이임사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우 차관은 시를 읊은 뒤 별다른 해석을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교육 관료로서 절도를 지키고 정직하고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하라는 것을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학기술부와 합쳐지면서 교육인적자원부 마지막 차관이었던 서남수 전 차관 역시 지난 2월 이임식에서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패러디한 시를 낭송하며 “직업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책임까지 물으려고 하는 후진성은 하루 속히 극복돼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우 차관은 최근 교과부 1급 간부들의 일괄 사표 파동을 비롯해 교과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의식한 듯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떠나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아무쪼록 선진국가 창조의 대열에 우리 교과부가 앞장서 주실 것을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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