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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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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첫 해인 2003년 내내 대학정책의 최대 이슈는 지방대학발전이었다. 이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의 맥락 안에서 취급되었고, 일년 내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방대학들은 지...

[김우종 칼럼] 전 한국대학신문 주필
[시론] ‘교육정치’만 있었던 2008년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시계는 거꾸로 돌았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다는 발상이 학교 시계마저 수십 년 또는 더 아득한 전근대 사회로 역회전시킨 것이다.

이 현상은 영어몰입교육에서부터 시작됐다. 비난이 일자 서둘러 입은 봉했지만 사태는 본래 의도대로 진행됐다. 갑자기 영어유치원이 성업을 이루고 한 달 사교육비 100만원 추가로 고민하는 가정들이 생겼다.

영어연수를 위한 이산가족들도 갑자기 불어났고, 영어로만 가르친다는 국제중학까지 등장했다. 영어 몰입교육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공언했는데도 그런 학교가 현실에 등장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서울시교육감은 선거부정 혐의로 검찰소환 영장을 받고도 코웃음이나 치며 배짱 부리는 세상이다. 여기에 전국일제고사로 어린 학생들을 성적별로 줄 세우는 작업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교까지의 모든 과정이 대학입시 과정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성적표는 이미 서열화된 대학을 안배해 주는 기준이 되고, 졸업 후 사회적 신분서열을 정해 버린다. 문제는 이 같은 운명 결정이 부모들의 사교육비 정도와 거의 정비례하며, 학생의 노력만으로 누구나 출세할 기회를 얻는 세상을 바랄 수 없게 됐다는 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는 두 살 때부터 홀어미 밑에서 어렵게 자란 ‘왕따 검둥이’가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된 해이자, 반대로 이런 꿈을 완전히 박살내 버리는 국가가 등장한 해도 된다.

영어유치원·국제중학·특목고 등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순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 바뀌기 시작한 대학입시제도와 필연적 내연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은 이미 올해 입시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3불 정책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나라는 육상 경기장이나 다름없다. 동메달도 따지 못한 나머지 다수는 서럽게 돌아서야 하는 경기장. 그런데 육상 경기는 경기만으로 끝나지만 국가는 꼴등도 일등도 함께 행복감을 나눠 갖기 위해 있다. 꼴찌도 출세하며 땀 흘릴 가치와 꿈을 주지 못하는 전근대적 국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지금의 무모한 경쟁지상주의는 미국 월가에서 벌어진 무한 경쟁이 오늘의 세계 경제마저 결단 내듯 우리 국가를 또 다른 위기로 몰고 갈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경쟁지상주의는 모든 분야에서 국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더욱 가혹해지는 시험지옥에서 극도로 쇄약해지는 국민 체력, 점수 따기 공부만으로 생기는 창의적 사고력의 퇴화, 저 혼자만 달려야 하는 냉혹한 이기주의와 이로 인한 국민의 도덕적 해이, 기저귀 차고 똥 쌀 때부터 영어공부만 하면서 뒤따라가는 만성 지각생, 이것이 머잖아 이 나라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파탄시키고 도덕적 꼴등국의 불명예마저 뒤집어쓰게 만들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부모들을 사교육비의 노예로 만들고 학생들을 더 지독한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어 희생시키며 얻게 되는 최종 결과란 이런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 정책인가?

TV프로 '미녀들의 수다'에서는 이를 두고 평범한 외국 아가씨 한 명이 우리를 야유하기도 했다. 자기 나라에서는 가장 공부 못하는 열등생을 가장 좋은 앞자리에 앉히는데 한국은 왜 거꾸로냐고. 또 다른 외국인은 한국인의 과외공부를 ‘크레이지’라고 표현했다. 한국인은 ‘또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교육 정책도 아닌 교육 정치만 설치고 있을 뿐 어디에도 교육 철학은 없다. 철학이 없으면 교육도 필요 없다. 철학이 없는 교육은 오히려 세상을 더 더럽게 망쳐 버리니까.

새해에는 교육철학부터 정립하며 밝은 미래를 향해 시계가 바로 가도록 서둘러야겠다.
김우종 칼럼 | 입력 : 08-12-26 오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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