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2009년 새해가 밝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자율과 창의가 교육현장에 넘쳐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급변하는 국제환경에서 국내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율’만으론 부족하다.
본지 주최로 지난 2일 열린 신년 특별 좌담에서 교육계 원로들은 하나같이 ‘자율권 확대’와 ‘국가 재정지원 증대’, 두 가지를 대학 발전의 선행조건으로 강조했다. 교육부 장관과 건국대·호남대 총장을 지낸 윤형섭 학교법인 연세대 이사는 “대학 자율을 얘기한다면 그 속에는 당연히 국가 재정지원 확대도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국가 발전을 선도할 인력 공급처인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의무”라며 “자율성 확대와 재정지원 증대는 독립적으로 가야지, 재정 지원을 이유로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홍일식 세계효문화본부 총재는 “대학이 먼저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며 대학의 자성을 당부했다. 홍 총재는 “가장 후진국이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보편적 가치였던 불교에 신라만의 특수성을 접목시킨 결과”라며 “그 역할을 바로 대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총재는 “기업도, 대학이 인성이 올바로 개발된 인재를 길러내면 그 바탕 위에 실제 업무에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은 우리가 가르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장관과 서울대 총장을 지낸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 건물 짓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지금의 경제성장은 20~30년 전 교육받은 사람들의 힘에 의해 이룩된 것”이라며 “20~30년 후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지를 대학 교육의 방향으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입 자율화에 대해 교육계 원로들은 “현직 총장, 교직원 입장에서는 아직도 미흡하다”(조 전 장관)고 일침을 가하면서도 대학의 책무성을 더 앞세웠다. 윤 이사는 “대입 자율화가 초·중등 교육 발전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대입 자율권이 주어져도 대학 스스로 자기 제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홍 총재는 “대기업 총수 아들이나 구멍가게 아들이나 똑같은 등록금을 내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대학이 먼저 희생을 하지 않고 기여입학제를 한다고 하니까 옳고 그름을 떠나 존경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한국 고등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짚어보는 신년 특별좌담이 교육계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인원 본지 회장, 윤형섭·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