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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회계법, 국립대 통폐합으로 이어질 것”
대학교육硏 ‘국립대 발전방안 연구’서 지적
정부 지원축소·등록금 폭등 등 악순환 우려
정부의 재정지원 축소가 우려되는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이하 재정회계법) 을 ‘국립대학법’(가칭)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 재정지원 축소로 인해 소규모 국립대들은 거점 국립대에 흡수·통합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 ‘국립대학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이 연구결과에서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재정회계법이 국립대에 대한 정부지원은 축소하면서도 대학 자율성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적립금 제도를 국립대까지 확대함으로써 등록금을 대폭 인상시키고, 수익사업으로 재원을 확보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재원마련 방안은 없다는 허점도 지적했다. 국립대의 사업화를 조장한다는 우려다.

지난해 11월 국무회의 의결된 재정회계법은 재정지원 축소 우려를 낳고 있다. 입법예고안에는 ‘물가상승률, 국가재정규모 증가율 등을 고려해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한다’라고 돼 있던 내용이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해 교과부 국립대 관련 예산도 인건비만 전년대비 3.1% 인상됐을 뿐, 기본경비와 시설확충비는 각각 3.5%, 11.2% 삭감됐다. 

17대 국회에서 폐기된 '국립대학 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여러 국립대 지원방안도 삭제됐다.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 및 보조금 지급 △안정적 재정지원을 위한 국가 출연금 지원 △기초학문 지원 육성대책 수립 등이 재정회계법에선 삭제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학 자율성은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연구소는 “재정회계법은 국립대 재정 및 회계의 세부적인 운영기준은 교과부령으로 정한다(제6조)고 규정하기 있기 때문에 자칫 교과부의 통제가 유지 또는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정회계법이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풀이했다. 연구소는 “사립대에만 존재하던 적립금 제도를 국립대까지 확대(제22조)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학 입장에선 경쟁적으로 적립금을 적립할 것이 분명하다”며 “정부 출연금을 적립할 수 없는 국립대로서는 학생 등록금을 주재원으로 적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발전기금을 통해 수익사업을 하도록 허용(제30조)했지만 연구소는 “대학 차원의 자본금 설정도 없고, 발전기금 역시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결국 대학 내 기숙사 식당 등 복지시설에 대한 위탁사업을 발전기금이 계약 당사자로 나서 직접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익사업을 허용하면서도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대학의 상업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국립대 재정회계법 도입으로 “서울대 등 이미 재정적 기반을 마련한 곳은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소규모 국립대학은 주변대학에 통폐합 되거나 거점 대학에 흡수 통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국립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재산과 시설만을 갖출 뿐, 대학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수익자부담 논리를 적용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 왔다”고 지적하고 가칭 ‘국립대학법’을 제정, 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대학법에 출연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구체적인 내역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국립대학 평가위원회'를 도입해 전년대비 개선결과를 중심으로 재정운영실태를 평가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 등을 적용하자는 것. 연구소는 "전년대비 개선결과를 토대로 인센티브를 적용하지 않으면, 재정 규모가 큰 대학이 계속 좋은 평가를 받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 국공립대는 어떻게 운영되나?

그렇다면 외국은 국공립대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이하 연구  소)는 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 '국립대학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외국 국공립대의 운영사례와 시사점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법인화된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들이 혼재해 있지만, 모두 공공기금에 의해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미국의 주립대 수입 중 절반(51%)가 정부재정 지원이다.

프랑스 대학은 '공시설법인'의 한 종류로 분류되며, 국가 재정 분담비율이 78.9%에 이른다. 특히 프랑스는 기부금 등 외부수입이 있더라도 국가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드는 경우는 없다. 영국 대학은 공익성과 비영리성을 가지는 '독립된 법인'이며 공공기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면서도 대학의 재정운영 자율성은 높다. 프랑스는 대학 예산을 학장이 집행하고 있다. 독일은 1990년대 중반부터 포괄예산제를 도입해 대학의 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이 높은 만큼 학생들의 수업료 부담이 낮다. 미국 주립대 재정 수입 중 수업료 등 학생납부금 비율은 18.8%에 불과하다. 프랑스도 최근 등록금이라는 명목으로 약간의 비용을 징수하고 있지만, 연간 824프랑(약 11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소액이다.

반면 2006년 현재 우리나라 국립대 세입에서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8.7%로 전발도 안되는 상황이며, 상대적으로 수업료·입학금·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0.2%에 달한다.


연구소는 이들 나라의 대학의 학비가 저렴한 이유로 정부재정지원과 함께 "대학이 무턱대고 등록금을 올릴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국립대 등록금이 국립교육부령으로 정해져 있어 각 대학이 독자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없다. 영국도 특별 교육코스를 제외하고는 수업료를 책정하는 권한은 교육기능부장관이 갖고 있다는 것.


연구소는 "우리나라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재정 자율화를 이유로 각 대학 총장이 등록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 법인화 이후 등록금 폭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9-01-06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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