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들의 어깨가 갈수록 처지고 있다. 지난 1년도 힘들었는데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한다. 하루하루 더해 가는 고통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위기 속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소비·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데다 세계 경제 전망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올 하반기부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은 너무 안이하다. 일부에서 예상보다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지체되거나 충분치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글로벌 과잉공급 능력을 축소 조정하기 위한 국제공조와 협력이 필요한 반면, 각국은 자국 산업을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가치 하락의 지속으로 민간소비에 기반한 경제구조에 결정타를 입은 미국 경제의 경우 설상가상으로 2010년부터 미국 내 최대 인구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장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내수기반 약화는 미국 소비시장에 의존한 세계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고 내수 중심의 경제운용이 불가피해지는데 우리 경제는 거꾸로만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양극화는 시대적 트렌드”라며 내수 체질의 개선은 일찍 포기하며 효과도 없는 환율정책으로 수출에 의존한 성장만을 고집했다. 그 결과 내수는 더욱 취약해졌고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더욱 심화됐다.
2007년 94.2%였던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지난해 1분기에는 106.1%, 2분기에는 117.7%, 3분기에는 127.7%로 급증했다. 주기적 외환위기의 경보도 지나치게 높은 대외의존적 경제구조에서 비롯한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형적인 대외의존도를 가진 우리 경제로서는 할 수 있는 선택이 별로 없다. 그저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수출총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경제를 기형적인 대외의존형 구조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야말로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성장이 되고, 내수와 수출을 선순환시킬 것이다. 지금 같은 대외의존적 경제구조에서는 세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내수로 연결되지 않고 수출만 독주하는, 따라서 고용이 수반되지 않는 성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데 내수 체질의 개선과 미래성장은 미래에 대한 위험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 간 신뢰의 구축과 대타협을 전제로 한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밝힌 국정운영방향은 경제 살리기와 미래 성장 만들기와는 거리가 있다.
청년 인턴제 확대와 글로벌 청년리더 10만명 양성 등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이미 2006년에 용도 폐기되었을 정도로 문제가 많거나, 전 세계가 동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를 보기 어려운 대책들이다.
규제개혁과 공기업 선진화, 교육개혁 등에 대한 ‘개혁 가속화’ 역시 일방주의 혹은 이념 논란에 휩싸이며 국론 분열의 요인이 되고 에너지만 소모시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남은 것이라면 4대강 정비사업과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등으로 대표되는 ‘녹색 뉴딜’만이 남는다. 4대강 정비사업이 친환경을 표방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환경 파괴적 사업이라는 지적은 별개로 하더라도 정부조차 이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이나 내수 체질의 개선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녹색성장 역시 단기간 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속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못하다. 그린에너지 부문의 경우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나 소재·부품의 높은 수입의존도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고용창출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미래 원천기술의 고유 특성인 높은 리스크의 내포로 인해 장기적인 리스크에 대한 분산과 사회적 공유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일방통행을 하며 ‘네탓’으로 일관하는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을 ‘대안 없는 비난’으로 몰아세우는 이상 희생과 단합은 요원하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정치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열 수 있는 실력을 보여 줄 때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