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투자손실을 기록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32%의 투자손실로 30년 만에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동안 기금의 적극적인 투자로 20% 이상의 고수익을 내던 하버드대도 전년 대비 30%의 수익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부 대학의 주식투자 손실이 예상된다. 다만 대다수의 우리 대학들이 예·적금 중심의 자산운용의 결과 그 손실액은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투자원금 손실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매우 큰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국내 대학 간 경쟁에서 글로벌 대학과의 경쟁으로 대상범위가 확대되는 전환기에 있어 강의실·교수실·기숙사 신축 등 2차원 교육투자는 완료단계에 있으며, 세계적 석학 초빙, 최첨단 연구기자재 도입, 특성화 전략에 따른 실습장 등 3차원 교육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3차원 교육투자는 2차원 교육투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대학들의 교육재정은 주로 등록금에 의존해 왔다. 그동안의 대학 재정수입 구조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양적 성장의 시대에는 어울리는 방법이었지만, 질적 성장의 시대에는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없다. 새로운 교육재정 확보방안으로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적극적인 활용이 검토되었고, 그 결과 2008년부터 대학은 발전기금이나 적립금을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대학의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반대 의견도 많았고, 지금도 그러한 견해는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교육투자재원 확보 방안으로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적극적인 활용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결산에 의하면 사립대학 교비회계 적립금은 5조 6000억원이며, 그 중 투자유가증권에 투자된 금액은 327억원(0.6%)이다. 이러한 투자유가증권은 전년 대비 60억원이 증가한 것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식투자를 했던 일부 대학은 이번 금융위기 사태로 일정한 평가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투자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비율이 전체 적립금에 비해 0.6%로 미미하고(하버드대 43%),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이번 금융위기는 큰 손실 없이 잘 극복되리라고 본다.
문제는 우리 대학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주식투자가 재원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이번 금융위기를 적정한 자산운용체계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차세대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기관임을 잊지 말고 그 특성에 맞는 자금운용을 계획해야 하므로 투자의 안정성을 주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위험성이 높은 주식투자를 위해서는 사전에 다음과 같은 단계별 검토가 있어야 한다.
첫째, 대학 자산운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발해야 하고, 자산배분 전략은 대학의 중장기 발전전략에 따른 재원소요를 파악, 기간별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계획된 상태에서 여유자금을 가지고 주식투자 등 자산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주식은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 투자대상이므로 3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통해 지금과 같은 투자평가손실을 극복해야 한다.
둘째, 대학의 특성에 맞는 자산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각 대학의 자산운용규모, 전담조직 및 인원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자산운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타 대학이 적극적인 자산운용으로 높은 수익을 실현했다고 우리 대학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는 위험하다.
셋째, 투자기준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하고자 하는 대학은 자금운용정책, 투자정책 지침서, 자산운용관리규정 등을 마련해 투자대상, 목표수익률, 위험, 자산운용자의 책임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넷째, 자산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 자산운용은 투명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결과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공개돼야 한다. 이러한 공개내용과 방법은 미국 주요 대학의 재무보고서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대학들의 자산운용 발전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미국 대학들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우리 대학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주식투자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소의 어려움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것은 지금의 어려움에만 치중한 나머지 과거 투자방식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또 다시 안주하려는 생각이다. 우리 대학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주식투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현실화하고, 투자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검토하는 자산운용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