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원 ‘선택과 집중’ 딜레마
교과부, 광역경제권·산중사업 중복선정 허용 여부로...공청회 설문도 찬반 팽팽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한 대학이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인재육성사업’(이하 광역경제권사업)과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이하 산중사업)에 중복 선정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를 두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6일과 9·10일 권역별 공청회를 열어 사업 설명과 함께 중복선정 허용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벌였지만 지난 20일 현재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방향은 ‘선택과 집중’이지만 부내·외 의견수렴 결과 찬·반 의견이 팽팽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결국 장·차관이 최종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외형적으로는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 중 최대 37개 안팎의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 ‘선택과 집중’에 부합하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신설된 광역경제권사업은 권역별 선도산업마다 1~2개씩, 총 20개 안팎의 대학을 선정해 한 곳당 50억원을 지원한다. 2단계 산중사업은 17개 안팎의 4년제 대학에 15억~25억원씩 지원할 예정이다(전문대학은 별도로 15개 내외 선정). 중복선정을 금지할 경우 최대 37곳 안팎의 대학이 지원받는다.
두 사업의 성격은 다르지만 실제 프로그램은 유사하다는 것도 교과부가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광역경제권사업은 ‘인력양성’이 주목적인데 반해 산중사업은 ‘산학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중복선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현실적 문제가 있다. 두 사업 모두 대학이 실제 가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교육과정 개편, 산학연계 등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복선정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대학 역시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역거점대학에 속한 산학협력단장들은 교과부에 중복선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진 충남대 산학연 지원단장은 “사업 목적이 다르고, 기본적으로 산학협력은 대학이 바탕에 깔고 가야 되는 개념인데 지역거점대학은 산학협력에서 빠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정도 (사)누리사업협의회 이사장(충북대 교수)은 “중복선정을 허용하면 실제 사업내용은 비슷한데도 한 대학이 최대 70억~8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너무 ‘독식’이다”며 “‘선택과 집중’도 좋지만 거점대학 외에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만한 대학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경일대 기획처장은 “지난해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결과를 보면 지방 국립대는 몇 군데 빼고 다 선정된 반면 사립대는 선정률이 30%도 안 된다”며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OECD국가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방거점 국립대가 세 사업을 모두 지원받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특정대학 몰아주기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한쪽에서는 부실 사립대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곧 없어져야 할 대학으로 정부 재정이 가는 건 아니다. 잘 운영하고 있는 대학에 그런 논리를 들이대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일단 ‘파이’를 키워서 기본적인 지원을 하고 난 뒤 경쟁을 시켜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복선정 허용 여부에 대학가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새로운 재정지원 사업이 생기지 않는 이상 현 정부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사업 모두 ‘3+2’ 시스템이라 3차년도 중간평가 때에나 일부 신규 진입이 가능하다. 지원 규모도 두 사업을 합하면 1350억원에 달한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접수, 선정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는 사업계획을 확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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