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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대학 경쟁력, 커리큘럼에 달려있다.
김정일(한국노동교육원 교육본부장)
대학의 졸업시즌이 다가오고 있지만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보다 좁은 상황이다. 이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인 탓도 있지만, 우리 정부의 인력수급계획이나 교육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노동시장의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들이 엉켜 있어 청년실업 대책에 단기적인 묘수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비상하려면 대학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우리사회에서 90% 이상의 학부모는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 대학 진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2003년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 이러한 열망으로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세계 4위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사회 요구 부합도’는 조사대상 55개국 중 53위에 그쳐 꼴찌 수준이다. 전체교육 경쟁력도 2007년 29위에서 35위로 내려가 경제 규모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2008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세계경쟁력 연차보고서).

국가 부의 대부분이 인적자원(88%)인 우리나라가 교육 경쟁력이 낮고, 특히 대학이 사회적 요구에 둔감하다는 사실은 대학사회의 자체 혁신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통렬한 자기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루소가 “인간을 강하게 하는 것은 이성이며, 이성을 강하게 하는 것은 반성”이라고 했듯, 대학의 반성과 성찰 없이는 교육의 혁신이나 경쟁력 확보는 한낱 꿈에 불과할 것이다.

대학 경쟁력 향상을 운위할 때면 국가의 지원 강화, 혹은 대학의 규제를 철폐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각종 교육정책이나 제도를 정비하고 교육방법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성하다.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나, 대학 교육 문제는 국민의 의식과 문화와 관련돼있어 그리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장의 타당성 못지않게 당장 현실성 있고 가용자원이 동원될 수 있느냐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학이 자체적인 역량과 관심만 있으면 당장 시행 가능한 방식이 없지 않다. 다름 아닌 대학의 커리큘럼에 요구분석(Needs analysis/Assessment)을 철저히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처럼 요구분석이 중요하다고 쉴틈없이 외치면서도 이를 이용하지 않는 조직도 없다. 민간 기업들은 프로그램 설계 시 역량분석(competency model), 직무분석 같은 모델에 기초해 프로그램을 짜곤 하지만, 대학의 프로그램이나 개설과목은 주로 확보된 전공교수나 헐값으로 활용하는 시간강사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요구분석의 수준은 매우 다양해 국가, 지역사회, 조직, 개인 등의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고(Kubur & Prokobenko, 1992) 그 요구 또한 규범적 요구, 비교 요구, 현재 요구, 미래 요구 등이 있어 대학이 마음만 먹고 이러한 접근 방식을 잘 활용하면 사회적 요구부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이러한 요구분석을 활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

요구분석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정책, 경영, 응용과학, 교육공학, 보건, 휴먼 공공 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학에 요구분석 접근방법을 적용해보자. 우선 학교, 학교관리자, 학생 산업체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한다. 요구란 목표와 현재 성과에 격차가 있을 때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교육외적 조치와 수단(예를 들면 기술수준, 보상, 제도 등의)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지식, 기술, 태도, 동기 등)으로 가능한 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요구분석의 수준나 요구의 출처가 다양하므로 교육요구의 추출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의 전문인력을 동원한다면 그 어떤 기관이나 조직보다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다. 대학의 경영에도 요구분석적인 접근을 수행하면 혁신적인 전략 개발이 가능하며, 커리큘럼 개발도 그 타당성과 실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당국과 교수들이 교육요구분석의 고전적인 모델인 학생의 요구, 교과의 요구, 사회의 요구를 활용해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교육내용을 선정하는 커리큘럼을 제공한다면 대학의 ‘경쟁사회 요구도’를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지름길을 외면한 채 연목구어 식으로 외부의 지원이나 자율성에 소리 높이기 앞서, 가능하고 쉬운 것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철저한 요구분석을 대학의 커리큘럼에 적용, 반영한다면 외부의 지원 없이도 대학 교육의 조용한 혁명이 일어날 것이며, 이는 곧 대학 졸업자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9-02-23 오전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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