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권영길 “국립대 재정·회계법 폐기하라”
“국립대 법인화 사전포석, 재정지원 축소로 등록금 폭등 우려”
둘다 교과위 법안소위 위원…법안소위 상정서부터 진통 예상
교육과학기술부가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이 지난 1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돼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법안 폐기를 공식 주장했다.
교과위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교과위가 국립대 법인화의 징검다리이자 국립대학 등록금 폭등법인 국립대학 재정·회계법를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교과위 간사를 맡고 있는 데다 두 의원 모두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어 법안소위에 법안을 상정하는 것부터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기자회견에는 두 의원뿐 아니라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 등 ‘국립대 법인화 저지와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산하 단체가 함께 했다.
국립대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발의한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고 재정위원회를 설치해 재정운영의 책임성을 높이며,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해 발전기금을 법인으로 두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입법예고 때 포함됐던 ‘물가상승률, 국가재정규모 증가율 등을 고려해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필요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고 수정되고, 주차장 등 국유재산 사용료조차 대학 세입이 아닌 국고로 귀속되게 바뀌면서 정부 재정지원 축소 의혹을 받았다.
재정운영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취지와 달리 ‘대학 통제법’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총액으로 예산을 지원해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정부 출연금은 출연한 목적에 따라 편성토록 규정해 사실상 정부 출연금은 정부가 예산을 정해놓은 탓이다. 이 경우 총장이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범위는 사실상 기성회비와 수업료에 불과하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안정적인 재정지원은 고사하고 대학의 재정확보 방안조차 봉쇄해 놓고서 경쟁력 강화를 말하는 것은 손발을 묶어 놓고 뛰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이어 “개별 대학은 어떤 형태로든 줄어든 마련해야 하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등록금 인상”이라며 “지난 2004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일제히 전환한 일본의 경우 법인화 전후 소규모의 지방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등록금이 급격히 인상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두 의원과 국립대 구성원들은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 국립대 법인화로 넘어가는 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재정·회계법안이 2007년 5월 발의됐던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회계법 상의 재정위원회를 법인의 이사회로 바꾸면 대부분의 내용이 국립대학 법인화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 법인화의 핵심은 재정 부분이라는 점에서 감안한다면 ‘국립대학 재정·회계법=법인화 사전포석’이라는 이들의 의혹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안 의원 등은 “재정·회계법의 추진 이유인 국립대 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 강화는 이 법을 도입하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며 “지금 시급한 것은 국립대 법인화가 아니라 서민들을 위해 등록금 경감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고등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보해 교육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립대 재정·회계법의 소관 상임위인 교과위가 이 법안을 폐기해 줄 것을 요청한 뒤 “만일 이 같은 요구에도 법 제정을 추진하는 자가 있다면 교육공공성 훼손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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