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는 후세 학자의 학술연구와 공공기록의 법적 자료로 쓰이는 세계 최고의 권위지로서 '모든 뉴스는 기사화할 가치가 있다'는 모토를 내세우는 대표 신문이지만 대학입학제도와 관련된 보도는 대학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하여 기사화하지 않는다. 미국 법원에서도 각 대학의 선발권을 원칙적으로 법적 쟁송의 대상으로 정하지 않는 오랜 관행은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구미사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입시를 둘러싼 잡음을 들을 수 없다. 우리는 4지 선다형 문제에서 한 문항이라도 더 맞춘 학생을 그렇지 않은 학생과 비교해 절대적 수준 차이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바로 부정 입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반 고교 출신 내신 1등급이 탈락하고 특목고 내신 3, 4등급이 합격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비난받기 십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내신등급이 낮지만 수능성적 평균이 월등한 특목고 출신 학생을 선발하고 싶은 유혹을 버리지 못한다.
1973년 이래 도입된 고교입시 폐지 이후 35년간 대학의 자율과 공익성 사이에 일어나는 충돌은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학당국이 서둘러 대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첫째, 우수한 학생을 독점하려는 과욕을 버려야 한다. 수능 상위 1%에 눈독 들이는 우리 대학의 탐욕이 있는 한 우리 고등교육의 질은 향상되기 어렵다. “우리 대학은 천재 입학생만을 원하지 않는다. 모든 학생이 SAT 만점을 받는 학생으로 채워진다면 우리는 모두 미칠 수밖에 없다”는 하버드대 입시사정관의 말을 우리 대학은 경청해야 한다. 공립학교의 내신 1등급은 어느 특목고의 1등급과 경쟁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는 대학당국의 발상 전환이 중요하다.
둘째, 다양한 입학사정 자료를 참고하되 수능성적은 최소 기준으로 삼는 용기가 필요하다. 5000명의 입학정원을 가진 대학이 수능 전국 석차 5000번까지 순서대로 데려가고 싶은 충동은 버려야 한다. SKY대학의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불평이 대학총장의 공식 인터뷰에서 나오는 한 한국 대학의 세계 대학순위 상승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셋째, 입시사정의 다양화를 위해서 대학이 양심에 따른 입학 결정을 통해 사회 전체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별 고사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논술고사를 해당대학에서 보지 않고 대학 자율 평가기구를 통해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회의 신뢰 없이 대학의 자율권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부모와 사회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언론이 의미 없는 학교차를 선정적으로 부풀려 일부 대학과 고교의 오만을 조장하고 학생의 교육진로를 왜곡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서울대 콤플렉스는 경쟁을 통한 대학 수준 향상을 가로막고 타교 출신의 교수채용을 차단하는 악성 바이러스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학문적, 재정적 경쟁을 통해 서열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교과부는 대교협이라는 반관조직에 연연하지 말고 이를 개편해 미국의 AAU(연구중심대학협의체)처럼 대학 자율로 상호 평가하고 조직 내에서 견제하며 경쟁하는 복수의 자율조직을 형성해 한국 대학교육의 비약을 유도해야 한다.
미국 대학의 입시에 시비가 없는 것은 미국 학부모의 관대한 성격 탓이 아니다. 그것은 400년 미국 대학 역사를 통해 신뢰의 기반을 이룩했고 특정한 대학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을 만큼 서로 경쟁하는 수준 높은 선택이 많기 때문이다. 일명 ‘서울대병’이 치유되기 전에는 우리 입시에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며 공교육을 통해서 원하는 대학을 보내겠다는 대통령의 계획도 성사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교육은 영원히 근절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