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전국 각 로스쿨이 개원한 시점에서 변호사시험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변호사 양성제도와 관련된 해묵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쟁점은 무엇보다 로스쿨을 거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도 ‘변호사 예비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지금까지의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무엇인가 하는 점을 짚어봄으로써 찾을 수 있다. 로스쿨제도는 학생들이 로스쿨 교육을 통해 법학의 각 분야의 기본적 법리와 판례경향, 실무지식, 법조인으로서의 덕성을 함양해 훌륭한 법조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한다는 사고 위에 설계됐다. 이는 사법시험 합격을 유일한 목표로 두고 개별 법 분야에 대해 요약식으로 학습하는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미래의 법조인은 소송대리인의 역할을 넘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법치를 확립하게 된다. 외국기업과 경쟁해 국민의 권익·국익을 지키는 선진적인 직업인의 역할도 갖는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각 지역의 법제도나 법문화, 협상력, 다양한 외국어 능력을 겸비한 인재로 육성돼야 한다. 이와 같은 법조인은 다양한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가진 로스쿨을 통해 양성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법조인상을 생각할 때 로스쿨을 거치지 아니한 사람에게도 법조인의 길을 열어 주는 제도가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로스쿨을 나오지 아니한 사람에게도 법조인이라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평등성을 확보한다는 주장은 일견 일리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현재의 로스쿨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로스쿨제도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법조인의 길을 차단하고 있다는 견해는 옳지 않다. 로스쿨은 장차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입학의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인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로스쿨 입학이 ‘그림의 떡’이라는 주장도 로스쿨 입학제도를 정확히 모르고 하는 말이다. 현재의 로스쿨법은 로스쿨 정원의 일정 비율(전체의 5%)을 사회적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들에겐 전액 장학금도 지급된다. 반면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는 응시자들에게 고비용의 학습자료를 요구하고, 소위 ‘신림동 고시촌’으로 표현되는 학원수업에 의지하도록 만들고 있다. 시험준비 기간만 해도 수년이 걸린다. 오히려 현재의 사법시험이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의 도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국법과대학협의회는 로스쿨을 거치지 아니한 사람들에게도 변호사의 길을 열어 주는 변호사 예비시험제도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이 주장은 법학과를 존치하고 있는 전국 75개 대학의 법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주장이 갖는 좋은 의의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할 경우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는 크게 퇴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