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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생각한다]파벌주의 인사관행
송백헌(충남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대학들은 많은 인재를 양성해 경제적·문화적으로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학의 순기능적인 면이 지나치게 부각된 나머지 대학이 안고 있는 다양한 역기능적 문제점이 간과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문제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구성원 간의 파벌의식이다. 파벌이란 학연·지연·혈연, 그리고 인사권자 내지 설립자에 따라 형성되는 각종 인맥 등 실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일단 이 같은 인맥이 형성되고 나면 얼마 안 가 파벌로 발전한다.

대체로 대학이 처음 설립되거나 학과가 개설되면 공채나 학내 인사권자, 설립자와의 인연으로 교수가 부임하게 마련인데, 그 경우 대학 당국은 유능한 인재를 모신다는 명분 아래 이른바 명문대 출신을 선발하거나 기타 특수한 명분으로 창설 멤버를 임명한다. 그 뒤 신규 교수 충원부터 자연스럽게 학연·지연·혈연까지 작용하게 되는 경우를 본다. 이때 선임교수는 새로 임명되는 교수가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동문 후배여야 하고, 학벌이나 실력 면에서 자신을 절대 능가할 수 없어야 한다는 등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한다. 교수직이란 스스로의 신상 변동이 있지 않는 한 평생을 지켜야 할 자리이므로 어떠한 경우라도 순종하는 후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임 교수가 처음 초빙될 때에는 선배의 지시에 절대 순종할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일단 채용되고 나면 차츰 자기 목소리를 내려 하므로 다시 뜻이 맞는 교수들끼리 세력을 결집한다. 이렇게 파벌이 형성되면서 학과 내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자신들의 제자를 단 한 명도 채용치 않고 그들의 동문일색으로 구성하고 있는 학과가 있는 반면, 그 대학 출신이 학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타 대학 출신에게 텃세를 부리는 경우를 노정하기도 한다.

그 결과 충원이 절실한데도 파벌 간의 갈등으로 오랫동안 교수를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명목상으로는 공채 공고를 내지만 사실을 이미 내정해 놓은 이른바 ‘숨겨진 황태자’가 있는 등 구성원 간 대립이나 갈등으로 야기되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력 있고 유능한 교수의 임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인사에 대한 불만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학마다 교수 채용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과연 공정성이 담보되는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러한 파벌의식은 특히 학장이나 총장 선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학장에 선출된 후보는 능력과 자질보다 자신을 밀어준 구성원의 논공에 따라 학내의 주요 보직을 안배하거나 측근들만으로 학사를 운영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대학 내 파벌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학의 선거가 타락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선출된 총장의 자질과 역량이 과거 임명직 총·학장에 미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가장 지성적이고 양심적인 대학사회에서 이처럼 파벌이 형성되는 원인은 교수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좁고 아집이 강한 데 있다고 지적하는 이가 있다. 대학원생의 지도교수 배정 문제, 학과 실험실습비의 배분과 연구비 배정 문제, 안식년 내지 해외파견 연수 순위 및 보직 문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대학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고 싶어하는 교수들의 욕망을 '패거리'라는 집단으로 해결해 보려는 경향을 파벌을 조성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최고 지성인의 집합체인 대학사회에 이러한 패거리 의식이 뿌리내리고 있는 한 인재 육성을 위해서나 대학 발전을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다. 교육 백년대계를 위해서나, 바른 교육의 정립을 위해서도 이러한 폐단을 하루속히 청산하고 이제는 새로운 학풍 조성과 학맥의 정립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9-03-16 오전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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