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것은 찬성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3불(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금지)과 관련, 데이비드 로젤 전 미국 델라웨어대 총장(사진)은 20일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로젤 전 총장은 켄터키대와 델라웨어대에서 총장 등을 지내며 미국 대학 교육 발전에 기여했고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국제 자문위원’으로 위촉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3불에 대한 그의 견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로젤 전 총장은 “고교등급제 시행은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가린다”면서 “만약 나의 손자나 아들이 기부를 통해 입학을 부탁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실력과 가능성이 있는 다른 학생들의 입학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만 로젤 전 총장은 “단순 시험 성적이 아닌 학생의 가능성·잠재력·고교 성적·학교활동사항·공인영어성적·에세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영·수 중심의 지필 고사식 본고사가 아닌 다양한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별 고사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한국 대학들의 경쟁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한국의 대학들은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 대학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정부차원의 노력, 장학금 기부 등 국민차원의 노력, 훌륭한 리더십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자율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
“한국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대학자율화 정책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자율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총장책임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느 한 사람에게 책임을 부여해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3불 정책’이란 것이 있다. 3불에 대한 견해가 긍금한데.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것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등급을 매기기 시작하면 모든 것에 등급을 매기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고교등급제는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가린다. 기여입학제도 반대하는 입장인데, 만약 나의 손자나 아들이 기부를 통한 입학을 부탁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실력 있고 가능성 있는 다른 학생들의 입학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고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단순한 시험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가능성·잠재력·고교 성적· 학교활동사항·공인영어성적·에세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한국의 ‘3불’처럼 대학들의 학생 선발 시 금기시하는 원칙이 있나.
“특별한 금기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하고 있다. 다만 도덕적인 것에 반하는 것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기여입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도덕적인 것에 반하는 것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옳다.”
-한국 대학들도 본격적인 입학사정관제 시대를 열고 있는데.
“입학사정관제는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데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대학경쟁력을 키워야 학생들에게 그 대학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학생을 두고 세 대학이 입학경쟁을 했는데 학생을 입학시키지 못한 두 대학은 다음 입시를 위해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입학사정관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학생 선발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대학도 확실한 선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델라웨어대에서는 인터뷰(면접)·SAT·고교 생활기록부·추천서·에세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 평가한다. 만일 입학사정관 두 명이 한 학생을 평가했을 때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다면 다른 의견까지 참고하는 등 충분한 검토 끝에 학생을 선발한다. 입학사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입학사정관은 해고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어떤 얘기들을 했나.
“주로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통령께서 많이 걱정하고 계시지만 이겨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대통령께서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취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앞으로 있을 G-20 회의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학과 대학 총장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대학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무엇인가를 발견해 내는 기관이다. 경제가 어렵지만 대학의 연구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며 연구결과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상품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국가와 개인들도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 총장들에게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인 “"Whatever you are, be a good one"이란 말을 꼭 해 주고 싶다. 여러분이 어떤 자리에 있든지, 누구든지 항상 최선을 다하며 긍정적인 사람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