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가 대입자율화 조치의 하나로 추진 중인 입학사정관제는 2007년 10개 대학의 시범운영을 거쳐 2008년에는 158억원의 정부지원과 함께 40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으로 2010년에는 49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4376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려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입학사정관제 도입 대학은 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입학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대학은 고교 교육과정 및 대학의 학생선발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를 입학사정관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학생의 성적, 개인환경, 잠재력, 소질 등 전형자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토록 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지필고사에 의해 측정할 수 없는 잠재력 있는 우수학생의 선발과 학교의 특성 있는 교육과정 혹은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을 유도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을 점수 위주로 선발하고, 선발과 교육 간 연계가 미흡한 현행 대입전형제도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을 통해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 즉 대입전형의 실질적인 다양화ㆍ특성화, 학생부를 비롯한 다양한 전형요소의 심층분석ㆍ반영, 모집 단위별 특성에 맞는 잠재력 있는 학생선발, 신입생 사후관리를 통한 선발과 교육연계 강화 등을 도모하고, 학생들의 적성ㆍ소질ㆍ특기ㆍ창의력ㆍ문제해결 능력ㆍ책임감ㆍ봉사성ㆍ리더십ㆍ역경 극복 등 다양한 특성을 평가ㆍ반영해 대학별 대입전형 선진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가 합리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역시 마련해 두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인재 선발의 다양화, 입학전형 방법의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 가능, 고교ㆍ대학 간의 교류 확대 및 정보교환, 교육과정을 매개로 한 고교ㆍ대학 간 연계 확대, 고교 특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 활성화, 정량적 평가 위주에서 탈피해 비교과 영역ㆍ추천서ㆍ자기소개서ㆍ학업계획서 등 질적 자료 활용, 교육기회의 차이 극복 장치 마련, 대학입시 전문성 강화 등의 긍정적 효과를 지적했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평가결과에 대한 낮은 신뢰도, 대학ㆍ고교 간의 신뢰 문제 및 이에 따른 공정성 논란 가능성, 소수를 위한 특별전형의 문제, 입학사정관 전형의 모호성으로 인한 입시컨설팅기관 난립 조장, 정치권이 만병통치약으로 치부하는 관념의 오류, 성과 위주의 사업운영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을 들고 있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동부의 명문대들도 학업성취 능력을 대입전형에서 가장 중시했다. 그러나 1920년대부터 대입 제도에 중요한 요소로 주관적인 판단 기준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유럽 출신 이민자의 증가 추세에 맞추어 많은 유대인 학생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게 되자, 이를 억제하고자 새로운 제도를 마련했다는 지적이 있다. 즉 자유재량과 비투시성의 원칙에 의해 성적 외에 인성ㆍ리더십 등 주관적 결정을 인정함으로써 특정 인종의 명문대 입학을 억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유대인 입학자의 수는 크게 줄고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입학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입학사정관제 또한 그러한 우려가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학업성적 외에 다양한 증빙자료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문화적 여건이 부족한 지역의 학생들은 이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입학사정관 전형은 상대적으로 중상층의 학생들에게 용이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와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많은 대학들은 이를 위해 교차검증이나 업무수칙 제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물론, 소위 '가진 자'들을 위한 입학전형 방법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장치와 노력이 선행돼야 입학사정관제는 성공을 거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