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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잡셰어링'보다 '워크셰어링'이 해법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을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위기극복을 위한 묘안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왠지 부작용이 더 많아 보이는, 아직은 설익은 개념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란 좁은 의미에서 보면, 고용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기업 경영이 심각한 불황에 직면했을 때 정리해고 등의 강제적 방법을 실시하기보다는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도 줄어들게 되며, 노사가 합의해 일정한 방식으로 임금보전을 실시하거나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일자리 나누기는 불황 시의 ‘일자리 지키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일자리 나누기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 직무분할(job sharing)이다. 이는 하나의 풀타임 일자리를 두 명 이상의 파트타임 노동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고령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동결, 혹은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교대제 개편이나 휴업, 휴직, 훈련휴가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 혹은 창출하는 방식 등을 모두 일컫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일자리 나누기와 관련해 네덜란드에서 1980년대 초반의 대량실업 사태에 대응해 파트타임 노동을 크게 늘린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바세나르 협약으로 알려진 노사정 간 사회적 대타협(1982)에 의거해 노조는 임금삭감을 수용하고 사용자는 고용을 유지하며, 정부는 공공지출 확대와 물가안정에 주력함으로써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실업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바 있다.

구조적으로도 파트타임 노동에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정규직과 같은 고용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여성은 물론 남성의 근로시간도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에 큰 진전을 보기도 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독일 폴크스바겐 사례가 널리 알려져 있다. 1993년 서유럽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자 회사측은 수년간 5만명의 고용조정이 불가피함을 노조에 알렸다. 노조의 반발 속에 노사는 근로시간을 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줄이는 방식을 통해 정리해고를 피하고, 그 대신 노조가 임금삭감을 수용키로 타협했다.

근로자들은 고용을 보장받았으며, 회사는 숙련 근로자들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폴크스바겐 노사는 이후 1995년과 1999년 두 차례 더 일자리 나누기 협약을 맺었으며, 이와 함께 다양한 교대제와 근로시간 계정제 등 공장운영의 유연성과 고용 및 소득의 안정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들을 창안해냈다.

국내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유한킴벌리는 1998년 위기를 맞이하여 교대 조를 오히려 늘리는 방식으로 고용조정을 피했다. 3조 3교대제에서는 잔업과 특근이 빈번하게 있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4조 3교대 혹은 4조 2교대로 재편함에 따라 초과근로수당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임금이 줄어드는 대신에 고용을 보장받았을 뿐 아니라, 여유시간을 활용해 학습과 작업장 혁신에 진력함으로써 이후 숙련 근로자들의 조직된 힘으로 생산성과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바 있다.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교대제 증편으로 설비가동률도 높아짐에 따라 이윤이 크게 증가하고 노사협력 분위기는 더욱 공고화됐다.

결국 일자리 나누기는 일부 근로자 계층의 임금삭감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만든다는 데 중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 혹은 교대제와 관련한 기존 관행을 혁신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지키고,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학습과 혁신, 일과 가정의 양립까지 겨냥할 수 있는 다목적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처럼 장시간 노동이 고질화된 나라에서 특히 더 요구되는 사회?경제적 변화라고 할 것이다. 대졸 초임 삭감이나 인턴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현재의 전략은 근로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9-04-01 오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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