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송 칼럼
윤여송
한국대학신문 칼럼
[윤여송 칼럼] 교육강국실천연합 공동대표, 인덕대학 건설환경설계과 교수
전문대학의 영리법인화 반대한다
윤여송 본지 논설위원, 인덕대학 토목환경설계과 교수
‘기술계 학원의 전문대학화’와 ‘전문대학의 영리법인화’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이 방안은 지난 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거론했다가 많은 문제점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윤증현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 이후 청년실업 해소와 교육선진화의 묘책인 것처럼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개최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기술계 학원’에서 ‘학교’ 명칭 사용을 공식화하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전문학사(2~3년제 대학 졸업자격)학위를 수여하고 이것을 영리법인학교 설립을 위한 사전 단계로 하겠다는 ‘명품 직업아카데미 육성’ 방안이다. 이 정책은 본질적으로 직업교육 발전의 거시적 안목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일부 기술계 학원들의 입장만 고려된 위험한 시도이기에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반대한다.
첫째, 직업교육은 국가 주도의 저렴한 학비로 이뤄져야 한다. OECD국가를 비롯한 직업교육 선진국에서는 직업 및 평생교육이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비가 거의 무상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대학의 95% 이상이 사립이어서 개인의 학비에 의존하고 있다.
재정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우리는 직업교육의 후진국인 셈이다. 국가의 대폭적인 지원 아래 저렴한 학비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술계 학원을 전문대학으로 하는 방안은 직업교육의 학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직업교육의 주요 대상인 영세한 계층의 학부모 교육비 부담만 증가시킬 것이다.
둘째, 직업교육에서는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직업의 세계에서 전공실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성과 직업관이다. 인격형성이 잘못된 기술자는 사회에서 역으로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학원에서 이러한 교양교육에 투자할 리는 만무하다. 또한 주주의 영업이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강사들의 가슴에서 인성교육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셋째, 직업교육에서 양극화 현상을 가져온다. 요즘은 학생의 능력보다 부모의 학력과 재력이 자녀의 대학진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직업교육에서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고액의 기술계 학원들이 대학의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면, 이 분야의 명문까지도 ‘가진 자’의 것이 돼 버려 또 다른 직업교육의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다.
넷째, 전문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학에서의 ‘지나친 영리추구’가 교육 공공성 침해로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영리법인화는 대학보고 장사하라는 얘기밖에 안 되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교직원의 신분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학이 이월금 등을 대학에 재투자하지 않을 경우 교육여건이 부실화되기 쉽다. 그리고 총 4125개의 기술계 학원이 전문대학화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대학 포화상태인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원의 수도권 편중으로 지방소재 대학은 더욱 황폐화될 여지가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인 직업교육을 귀족화하지 않길 바란다. 돈이 없어 직업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영세 가구의 자녀들이 여기에서까지 차별화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겠는가.
전문대학은 지금의 경제발전이 있기까지 전문기술인력 양성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전문기술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국은 최근 우리의 전문대학을 자국의 고등단계에서 직업교육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MB 정부는 직업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전문계 고교중 일부 학교를 선정해 특별 지원하는 ‘마이스터 고교’의 운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차제에 기술계 학원을 ‘명품 직업아카데미’로 포장해 혼란을 초래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효자인 전문대학을 적극 지원하고 세계적 수준의 ‘마이스터 대학’으로 육성케 해 ‘마이스터 고교’와 연계된 직업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윤여송 칼럼 | 입력 : 09-04-03 오후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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