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한파로 미국 내 ‘고학력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실업률이 최근 폭증했다. 이에 따라 고학력자와 고졸 이하 저학력자 간 실업률 격차가 근래 들어 대폭 줄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저학력 근로자들의 실업률이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학사학위 이상 실업자 수는 전년 대비 무려 100만명가량 늘었다. 특히 뉴욕 내 고학력 실업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 실업수당 수혜자 증가율이 저학력자의 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패럿 미국 재정정책연구소 수석경제연구원은 “현재 뉴욕에서만 3만 5000명 이상의 고학력자가 실업수당을 받고 있다”며 “이처럼 고학력자들의 실업률이 폭증한 시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실업난으로 가장 큰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고학력 실업자 본인들.
2004년 로체스터공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맨해튼의 한 기업에서 재정 전문가로 일했던 알렉산드라(28)씨는 “지난달 2일 회사에서 해고됐다”며 “아직 대학 시절 대출한 학자금조차 다 갚지 못해 막막한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이어 “회계사·사진기자·변호사 등 전문직종에서 일하던 친구들 대다수가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며 “우리 모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좌절과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직장에서 해고된 엘로드(38)씨도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실업수당을 모두 지급받은 현재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답답하다”며 “다른 고학력 실업자들과 매일 구직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엘로드씨는 이어 “직장을 다니던 당시 역량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렵게 MBA 학위까지 취득했었다”며 “요즘은 오히려 고학력이 취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착잡하다”고 털어놨다.
현재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고학력자 실업률 증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제임스 러트거스대 공공정책수립위원장은 “고학력 근로자 채용을 꺼리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고학력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높은 보수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불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고학력자 실업률 증가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실업률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미국 노동통계청이 조사를 벌인 결과 남성 실업률이 8.8%에 달해 여성의 7.3%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12월 남녀 실업률은 각각 4.4%, 4.3%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마크 페리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녀 실업률 격차가 1.5%까지 벌어진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남성 실업률 증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마크 교수는 이어 “경기 침체로 남성들이 주측을 이뤄 오던 건설업·제조업분야 기업들이 대거 붕괴했다”며 “이에 따라 남성 실업자 수가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