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이후 최근 3년여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윤리에 대한 높아진 연구자의 의식과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 연구윤리의 확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수행해 왔다. 그 중에서도 연구의 중심지인 대학에서의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여러 활동들은 외형적인 면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일단 평가할 수 있다.
올해 2월 25일 발표된 '2008년 연구윤리 활동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러한 분석이 충분한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대학의 경우 응답한 136개 4년제 대학 중에서 연구윤리 관련 사항을 심의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는 대학은 103곳인 75.5%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6년 조사결과인 28곳(12.8%)보다 매우 크게 향상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대학 10곳 중 7곳 정도가 연구윤리 관련 규정이나 지침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2006년 15.7%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대학의 학부나 대학원생 혹은 연구자를 대상으로 연구윤리 관련 교육을 실시한 현황을 보면 2006년 3.7%에 비해 2008년에는 43.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그동안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 확대와 연구윤리 규정 제정 및 연구윤리위원회 구성 등 제도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동안 대학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논문 표절이나 중복게재 등과 같은 연구부정행위 혹은 연구부적절행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과거의 잘못된 연구 관행에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의 제정(2007. 2. 8),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권고문' 발표(2007. 4. 6), 대학 및 학술단체의 연구윤리활동 지원, 연구윤리 포럼 개최, 웹포털 사이트 '연구윤리정보센터' 구축 등 교육과학기술부나 학술연구진흥재단의 연구윤리에 대한 다양한 정책 추진 및 지원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이 글로벌 수준의 연구윤리를 확립,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무엇보다도 연구자의 높은 연구윤리 의식의 제고와 연구윤리의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 연구부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나 관련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해서 연구윤리의 수준이 하루아침에 향상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윤리에 관해 우리보다 먼저 고민하고 나름대로 제도화에 앞선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선진국가들의 연구윤리 확립 사례에서 시사받을 수 있는 것처럼, 연구자가 스스로가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수행 의지를 갖고 실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연구자의 올바른 연구실천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연구공동체 문화 확립, 연구윤리 구현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활성화, 연구윤리 위반에 대해 공정하고도 엄격한 처리를 통한 연구부정행위의 재발 방지 등의 노력이 조화를 이뤄 실천돼야 할 것이다.
특히 대학은 연구윤리의 확립을 위해 그 어떤 기관보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대학은 연구와 교육의 메카로서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 수행이 정당하게 인정받는 풍토를 확립하지 않으면 대 국민 신뢰가 무너져 연구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크게 상실한다는 인식을 갖고, 과거 잘못된 연구윤리의 관행을 조기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대학 내 연구자들이 연구부정행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 차원에서의 미비점도 보완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는 정부 주도적인 톱다운(Top-Down) 방식의 연구윤리 확립 노력보다는 연구자 개인이나 대학이 자발적으로 연구윤리를 실천하는 버텀업(Bottom-Up)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