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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첨예대치..처리 무산 가능성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정국이 '강(强) 대 강(强)'의 충돌국면으로 급전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 회기종료일(6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다는 기세로 첨예한 대립의 날을 세워가고 있다.

원내1당인 한나라당은 5일 오후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우리당을 압박했고, 이에 우리당은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다른 정당들과의 공조를 통해 주택법 등 민생법안을 직권상정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막후 협상을 벌여온 양당 지도부도 아예 '공개전'으로 전환해 서로를 향해 경쟁적으로 포문을 열고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우리당은 정당이라기 보다는 이해관계 대변인"이라고 공격했고, 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은 "한나라당이 과연 제1당으로서의 책임의식과 소명감이 있는 당이냐"고 반격을 가했다.

양당은 이날 오후 원내.정책라인을 중심으로 협상채널을 가동해 막판 타협을 모색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의 협상 분위기로는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당의 강경기류는 이날 오전과 오후 각기 의원총회를 통해 내부의견 수렴을 거치면서 고조되고 있다. 양쪽 모두에서 "이대로 밀릴 수 없다"는 강경론이 득세하면서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양당 지도부의 운신의 폭을 좁혀놓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과 오후 개최한 의총에서는 우리당이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무성의하게 임하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당은 국민.국회.사학재단.종교계 모두에 사기.기만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사학법 재개정의 합의정신을 우리당이 무참히 묵살하고 있다" "여당도 아닌 우리당이 엉뚱한 엄포로 직권상정을 요청하겠다는 건 오만불손한 모습"이라는 등의 목소리가 비등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표대결을 통해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종교사학의 경우 종단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안과 열린우리당 안과 한나라당 안을 각각 본회의에 올려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안을 제안했지만 우리당은 이를 거부했다"며 우리당에 파행책임을 돌렸다.

이와는 정반대로 우리당 의총에서는 한나라당이 사학법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며 화살을 돌렸다. 의원들은 "한나라당은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무책임과 오만에 공분한다" "한나라당은 '같더라당', '배은망덕당', '불효자당', '반인륜당'"이라는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우리당은 의총 직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부동산대책을 비롯, 모든 민생법안에 대해 직권상정, 임시회 소집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처리하겠다"며 일부 민생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최재성(崔宰誠) 대변인은 "기독교계 원로목사들이 제안한 중재안을 우리당은 가감없이 받아들여 한나라당에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했다"며 "종교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고민 끝에 받아들인 우리당의 본뜻을 왜곡하고 비리사학의 수호정당임을 스스로 천명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원칙과 명분도 없이 주야간 밀실거래를 통해 사학법과 주택법을 연계시키더니 이제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양당이 개방형 이사의 추천주체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력을 발휘할 경우 극적인 타협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양당은 그간의 마라톤 협상을 거쳐 ▲개방형 이사의 자격요건을 사학 정관에 규정하고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학의 경우 법원 5명, 국회 3명, 정부 3명으로 구성된 중립적 성격의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며 ▲임시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제한한다는 데 합의한 상태.

물론 핵심쟁점인 개방형 이사의 추천주체 문제를 놓고는 여전히 이견이 크지만 종단(宗團)에 대해 예외적으로 추천권을 허용하자는 '공통분모'는 형성돼있다.

한나라당은 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회와 종단이 각각 2배수 추천하고 이사회가 최종 선임하는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회가 2배수 추천하면 이를 근거로 종단이 단독 추천토록 하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양당이 일정한 양보만 한다면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양당의 안은 외견상 비슷하지만 내용상으로는 대립되는 측면이 강해 접점 마련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높다. 먼저 한나라당의 안은 종단에 완전히 추천권을 인정하자는 것인 반면, 우리당의 안은 학운위 또는 대학평의회의 추천을 종단이 '검증'하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으로서는 우리당의 안이 개방형 이사 선임을 둘러싼 종단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우리당으로서는 한나라당의 안이 종단에만 특권을 인정함으로써 사학법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령 양당이 일정한 양보를 통해 타협점을 찾더라도 양당 내부의 강경론과 지도부의 약화된 리더십을 감안하면 최종 합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런 협상기류 속에서 이날 밤 열릴 예정인 양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4자 회동'에서도 합의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6일 오후 열리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당이 각각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입법 처리를 내걸고 실력대결에 돌입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양당 내부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비롯한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4월 임시국회로 연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우리당 내에서는 주택법과 국민연금법 등 민생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한 뒤 4월 임시국회를 조기 개최하는 방식으로 '3월 임시국회'를 열어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법안을 일괄적으로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기우(李基宇)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현단계에서는 4월 국회를 앞당겨서 처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세균(丁世均)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임채정(林采正) 의장을 만나 민생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처리 연기론'이 나오고 있다.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은 "종교사학과 비종교사학을 분리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우리로서도 유리한 협상카드가 아니다"며 "이번 회기에 사학법을 갖고 목을 멜 것이 아니라 4월 국회로 넘겨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입력 : 07-03-05 오후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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