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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시대적 불안 이겨낼 가족의 힘"
조한익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요사이 마음이 불안해지는 일이 많다. 지구촌의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사람들의 자살 소식이 빈번히 들려오며 최근엔 멕시코에서 발생한 돼지 독감 바이러스가 전 세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안전과 편안함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가정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흥분되고 즐거운 것보다는 편안한 것이 더 좋다. 과거에는 ‘공부도 일도 즐겨야 하고 마음의 즐거움이 모든 일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마음이 편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라는 생각이 든다. 흥분되는 즐거움보다는 차분한 편안함에 마음이 더 끌리게 된다. 지금도 오랜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며 맥주잔을 기울이는 것이 여전히 좋지만 밤이 찾아오면 집으로 향하는 귀소본능이 점점 강해짐을 느낀다. 밖에서 사먹는 저녁보다 집에서 가족과 먹는 저녁이 속이 편하고 좋다. 나도 늙어가는 것일까? 힘이 빠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정은 우리 삶의 안식처요, 행복의 원천이다. 그 이유는 가정에는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랑 안에서 우리는 안심하고 편히 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가정의 모습은 어떠한가? 안식과 행복이 솟는 샘물인가? 아니면 갈등과 미움으로 황폐화된 사막인가? 만약 가정이 점차 황량한 사막이 되어 간다면 배우자에게 지적하고 비난하는 말을 자주 하지는 않는지? 자녀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자주 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정이 사막화되어  간다면 어서 빨리 물을 주어야 하고 그 물은 다름 아닌 사랑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자 아들러(Adler)는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은 사회적 관심, 즉 타인에 대한 사랑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들러가 말하는 인격성숙과 정신건강의 바로미터(barometer)인 사회적 관심은 양(quantity)·질(quality)적 측면에서 적절한 사랑이다. 사랑은 그 양이 부족하거나 과하면 탈을 일으킨다. 사랑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사랑의 탈을 쓴 이기심과 미움의 저급한 사랑은 역시 문제를 일으킨다. 자녀들에게 성적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화를 내면서도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일까? 말뿐인 공허한 사랑이며 죽은 사랑일 것이다. 사도 바울도 천사의 말을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같다고 했다. 

애착이론으로 유명한 존 볼비(John Bowlby)라는 심리학자는 어린 시절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양질의 사랑을 받은 사람은 후에 커서도 다른 사람에게 양질의 사랑을 베풀 수 있다고 했다. 즉, 어린 시절 우리 마음에 심어졌던 사랑의 좋은 씨앗은 어른이 되었을 때 여러 사람을 품고 쉬게 해 주는 큰 나무의 그늘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많다. 어린 시절 받은 마음의 상처가 어른이 되어도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가 될 수 있다.

우리 가정에 안식과 사랑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양질의 사랑을 베풀어 보자. 우리 마음에 상처와 미움이 많아 사랑이 고갈되었다면, 먼저 스스로를 치유하며 마음속의 가시덩굴을 거둬내는 자기돌봄(self-care)의 작업을 시작하자.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을 사랑할 수 있을 때 가장 큰 행복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9-05-01 오후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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