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년에 1000만원씩 꼬박 4년을 투자하는 데도 투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떤 수익을 올릴지 궁금해하지 않는 투자자가 있을까? 아마도 무척이나 궁금할 것이다.
은행 적금이나 펀드에 가입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 팔고 은행 대출받아서 자녀들 대학 보내는 학부모 투자자들 이야기다.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도 4년 후 월 88만원이라는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자녀들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도대체 대학이 무엇을 했기에 수익률이 이 지경인가? 주변의 이런 투자 실패를 보고서도 역시 똑같이 투자를 하고 있는 많은 예비 투자자(학부모)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그래도 4년 후면 지금보다는 수익률이 나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투자 유혹에 속는 것은 아닐까?
금융회사는 투자자에게 투자의 위험과 수익에 대해 충분히 알려 줘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둘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서로 신뢰할 수 없을 때 투자자는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금융회사도 투자자의 신뢰 저하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된다.
대학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학부모의 대학에 대한 신뢰와 투자는 대학 발전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아탑은 외부, 특히 투자자인 학부모에 대해 높은 벽을 쌓아 왔다. 아니 문을 꼭꼭 닫아 왔었다. 대학은 대학대로 투자자들에게 관심이 없었고, 투자자인 학부모들은 관심이 있어도 감히 접근할 수가 없었다. 대학 4년 동안 두 번, 입학과 졸업이 유일하게, 그것도 손님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서울대가 4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학부모 행사를 열었고, 많은 대학들이 앞을 다투어 대학 홍보 목적으로 학부모의 캠퍼스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대학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준비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나타난다.
학부모 캠퍼스 방문 프로그램은 대학과 학부모 간 신뢰를 확인하는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일방적 프레젠테이션이나 특별강연과 같은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춘 소통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가 정말 궁금한 것, 투자와 수익에 대해 서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대학은 투명 경영을 통해 투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려 줄 필요가 있고, 투자자인 학부모의 질의에 대답해야 한다. 물가보다 높은 대학등록금 인상에 대해 왜 그렇게 됐는지, 학생들을 위해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 수익을 올릴 방안들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
우리는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거나, 외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고 외부로 화살을 돌리거나, 두루뭉술하게 포장해 넘어가려 하지 말자.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를 하고,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자. 학부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전달만 하지 말고 대학 발전의 파트너로서 학부모를 받아들이자.
기업에게 투자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IMF의 기억을 되살리지 않더라도 알 것이다. 학부모는 대학의 투자자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은 대학 생존의 가장 중요한 전략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