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딛고 활발한 문학활동으로 희망의 목소리를 전했던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지난 9일 향년 5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 교수의 장례식은 지난 13일 서강대 이냐시오 성당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졌으며 고인의 유족과 동료교수, 제자 등 600여명이 장 교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뛰어난 수필가, 번역가이자 영문학자였던 장 교수는 한 살 때 소아마비 1급판정을 받고 평생 목발에 의지하며 생활했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선사해왔다.
지난 2001년 이후 세 번의 암 선고를 받고 오랜 투병생활을 하는 중에도 장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사랑으로 강단을 지켰으며 병상에서도 집필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장 교수의 유작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지난 11일 출간됐다.
장 교수의 제자들에 대한 사랑은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서도 변치 않았다. 장 교수는 미리 죽음을 예감한 듯 “내가 죽은 후 장례식장에 나와 일을 도울 제자들의 고생이 뻔히 보인다”며 “제자들이 고생이 많을 테니 맛있는 것을 사주고 격려하라”고 150여만 원을 가족에게 맡겼다. 가족은 장례식을 마치고 이 돈을 제자들에게 전달했다.
제자들은 장영희 교수가 남긴 150여만 원으로 장 교수가 쓴 글이 새겨진 컵을 제작해 사람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지난 2004년 장 교수가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이라는 책을 내면서 사람들에게 컵을 만들어 선물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 교수가 선물했던 컵의 바닥에는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잔’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성범 서강대 영어영문학과장은 “12년이 넘도록 옆에서 지켜 본 장 교수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분이었다”며 “장 교수는 자신의 글과 말이 행동과 일치했던 삶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오는 6월 동료 교수들, 장 교수를 따르던 제자들과 함께 추모의 밤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