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문기구인 대학선진화위원회가 가칭 ‘사립대학 구조조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곧 제안할 모양이다. 이른바 부실사학의 구조조정 절차와 재산의 처리방법 등이 핵심이 될 이 특별법에는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이탈률 등의 각종 교육지표에 의거해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학들을 합병하거나 퇴출시키는 데 필요한 기준과 법적 근거들도 마련한다고 한다. 이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사립대학들은 앞으로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는 인구증가율 둔화와 대입수험생 절대숫자의 감소세가 그동안의 무절제한 대학정원 확대정책과 어우러져 빚어진 국가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근래 들어 충격적일 만큼 급격한 곡선을 그리며 가라앉아 버린 세계 최저의 출산율은 이러한 문제를 장기화시키고 점점 더 심화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대학사회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 문제를 오로지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눈앞의 현실적 요구나 필요에 입각해서 풀어 나가려 한다면 또 다른 재난을 불러들이게 될 게 자명하다. 마땅히 대학의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어떻게 가꾸고 꾸려 나갈 것인가, 그 속에서 궁극적으로 대학들은 어떤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인가 하는 총체적인 지평 위에서 가치지향적인 질문에 입각해 조심스럽고 지혜롭게 이뤄져야 한다.
그 점에서 나는 걱정스럽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부실 사립대 퇴출방안이 시행될 경우, 그것으로 인해 대학의 재정 상태와 더불어 현재의 학생 충원율과 이탈률을 가장 중요한 객관적 판단지표로 삼게 될 경우, 현 상황에선 오로지 지방 대학들이 그 희생양이 될 테니까 말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야기시킨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심각한 지역불균형의 문제, 수십년 동안 누적돼 온 과도한 수도권 집중 문제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 사회와 국토의 이 엄청난 비효율과 사회적 비용, 불균형을 해소시켜 줄 국토의 균형발전 정책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걸린 관건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점에서 건강한 지방대학의 육성과 정착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자칫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지방대학을 절멸시키고 교육의 장으로서의 지방을 사막화시킴으로써, 결국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과 교육기회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서로 등 떠밀어 주며 가속화되는 끔찍한 악순환 속으로 우리 사회를 돌이킬 수 없이 밀어넣게 될까 봐 나는 두렵다.